부산 구포동 母子살인사건 피해자… 피살직전 경찰에 두차례 “도와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사건 당일 부인이 112에 신고… 두차례 출동한 경찰 ‘부실대응’ 논란
피해자 유족측 “당일 오전에도 협박, 경찰이 확실하게 대응했다면…”
경찰 “현장출동해 상황 파악했으나… 범죄 발생여지 없을 것 판단” 해명
전문가 “피해자측 큰 위협 느낀 것… 한쪽이라도 안전 귀가 확인했어야”

동아DB
지난달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대낮에 50대 부부를 살해했는데, 사건 발생 직전 피해자가 112에 두 차례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이 두 번이나 출동하고도 부실하게 대응해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11일 30대 남성 A 씨와 그의 어머니 B 씨가 지난달 2일 오후 4시 40분경 부산 북구 구포동 주택가에서 50대 부부인 C 씨(남편)와 D 씨(부인)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D 씨는 사건 당일 오후 3시 9분과 4시 16분 112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첫 신고 때는 “A 씨가 칼로 남편을 위협한다”고 했고, 두 번째 신고에선 “와서 도와달라”고 말했다.

당시 1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0여 분간 자초지종을 들은 뒤 A 씨 모자의 몸을 수색했다. 수색에서 별다른 흉기가 발견되지 않자 양측을 분리한 뒤 철수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다툼을 이어갔고, D 씨는 약 1시간이 흐른 뒤 다시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재차 상황을 파악했으나 범죄 혐의점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오후 4시 33분 철수했다. 경찰 철수 7분 후 A 씨는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휘둘렀고, C 씨 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둘 다 사망했다.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자 부산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출동 때 A 씨와 C 씨가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 강력범죄 발생 여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 부부에게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설득했지만 C 씨가 ‘알아서 해결하겠다. 경찰 개입을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 측은 경찰이 확실하게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부부와 A 씨 모자는 10년 넘게 알고 지냈는데, A 씨 모자는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해 왔고 피해자 부부는 이를 거절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오전에도 A 씨는 C 씨에게 “니는(너는) 죽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했다고 한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두 차례나 신고를 했다는 건 피해자 측이 큰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한쪽이라도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철수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A 씨에게 살인, B 씨는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구포동#母子살인사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