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은 건강하게, 먹는 물은 깨끗하게… 물 관리도 진화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늘은 ‘물의 날’… 해법 찾은 지역들
농업용수 위해 만든 낙동강 하굿둑… 2019년부터 수문 조금씩 개방 시작
생태 회복돼 뱀장어-연어 등 돌아와… 낙동강 유역 지자체 ‘물 통합 관리’
오염-유적 훼손 등 해결 머리 맞대… 인천시는 수도시설 개선 적극 나서

낙동강 하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이었는데 1987년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바닷물 역류가 차단돼 연어와 뱀장어 등 회귀성 
어종이 줄어들었다. 왼쪽 사진은 낙동강 하굿둑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2019년부터 하굿둑을 제한적으로 개방하자 다시 잡히기 
시작한 뱀장어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낙동강 하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이었는데 1987년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바닷물 역류가 차단돼 연어와 뱀장어 등 회귀성 어종이 줄어들었다. 왼쪽 사진은 낙동강 하굿둑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2019년부터 하굿둑을 제한적으로 개방하자 다시 잡히기 시작한 뱀장어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경북과 강원에서 4일 발생한 산불은 213시간 넘게 지속되며 역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게 이어진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 추정 면적은 서울의 40%를 넘긴다.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는 겨우내 이어진 가뭄이 꼽힌다. 지난겨울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mm로 역대 최저치였다.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이와 같은 물 부족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물 부족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향후 30년 이내 가뭄 피해가 5∼2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온은 올라가는데 물이 줄어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따뜻한 겨울 탓에 여름에 더 많은 벌레가 나타나고, 전염병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진다. 물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마련하고, 물이 가진 자연 회복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 관리 해법을 찾은 곳들을 살펴봤다.

○물길 열자 물고기가 돌아왔다
“재첩으로 유명했는데, 하굿둑으로 절멸하다시피 했어요. 수문을 열면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 부산 사하구 인근에서 30여 년째 어업에 종사하는 장덕철 씨(65) 얘기다. 과거 낙동강 하구는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지역) 특성이 극대화된 곳이었다. 숭어와 바닷장어, 연어 등 다양한 어종이 넘쳐났고 재첩도 많았다. 그러나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물 흐름이 끊기자 그 개체 수가 확 줄었다.

당초 하굿둑은 바닷물 역류를 막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도시화로 농업 인구는 줄어들었고, 반대로 민물과 바닷물 연결 통로가 단절돼 생태 기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부터 수문을 조금씩 개방했다. 하루 단위에서 1개월로 개방 시간을 늘리며 바닷물 유입량을 조절했고 지하수 내 염도로 농업 피해는 없는지 관찰했다.

다행히 농민들이 걱정하던 토지 내 염분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뱀장어와 연어, 숭어 등 회귀성 어종들이 하구로 돌아왔다. 예전 모습을 회복한 것이다. 환경부는 15일 밀양강과 양산천, 광려천 등 낙동강 하천에 어린 연어를 방류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3월에는 연어, 6∼8월엔 참게, 봄가을에는 어린 재첩을 방류해 낙동강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지역 간 물 갈등도 해소 국면
물 사용을 놓고 오래도록 갈등을 벌이던 낙동강 주변 지역에서도 해결 방안이 나왔다.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낙동강 통합 물 관리방안’을 심의·의결했다.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고 취수원을 다양하게 해 지역별 상생 방안을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이로 인해 대구 시민들은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을 덜게 됐다. 기존에 물을 끌어오던 매곡·문산 정수장은 구미공업단지보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탓에 수질오염 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컸다. 물관리위원회는 구미공단 상류에 있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물을 추가로 뽑아 대구로 공급하고, 매곡·문산 정수장에는 초고도 정수시설을 추가 도입하는 안을 마련했다. 그 대신 구미에는 대구시와 정부가 상생발전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도 마련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취수원인 사연댐의 영향으로 하천 물에 잠겼다 노출되기가 반복되며 훼손되고 있다. 이번에 의결된 방안에는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게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고 부족한 물은 대구와 경북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운문댐에서 끌어오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는 현재 낙동강 통합 물 관리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기본 구상안을 검토 중이다. 설명회와 토론회를 통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채은 환경부 물정책총괄과장은 “각 지역이 협력해 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한 수질 관리로 사고 예방
붉은 물(2019년), 깔따구 유충 검출(2020년). 2년 연속 수돗물 사고를 겪은 인천시는 수도시설 전반에 대한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해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나섰다. 기존 수도시설에 수질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관을 세척할 수 있는 장비를 부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업으로 수질을 자동으로 체크하고, 수도관 내부 물때나 침전물을 제때 처리해 수돗물의 질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정수장 위생 상태도 개선했다. 정수장 내부에 벌레나 외부 오염물질이 들어갈 수 없게 시설을 바꿨다. 정수장 시설의 방충망과 창호를 교체하고, 물을 모아 여과하고 소독하는 각각의 시설물을 모두 밀폐 구조로 교체했다. 출입문은 이중으로 만들고 환풍 설비도 개선했다. 이렇게 위생 수준을 끌어올린 정수장들은 지난해 9월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 국제 인증을 취득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하천#물 관리#물의 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