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의료진 격리 기간은 고작 3일?…“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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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5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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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2021.10.25/뉴스1 © News1
25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2021.10.25/뉴스1 © News1
“확진된 의료진은 3일만 격리하라는데…우리가 기계인가요?”

방역당국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 격리 기간을 축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증세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현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3일 방역당국의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따르면, 의료진이 다수 확진되는 등 위기상황 시 무증상·접종완료자는 3일 또는 5일 격리 이후 근무가 가능하도록 기준이 변경됐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는 증상과 예방접종력과 관계없이 검체 체취일로부터 7일간 격리를 해야만 했다.

또 기존 BCP에서는 3일 후 신속항원검사 음성 시 근무가 가능했지만, 변경 지침에서는 검사 여부 관계없이 근무를 할 수 있다. 아울러 격리예외 적용자가 출근하면 외부활동은 직장에서만 가능하고, 이외 개인 활동은 불허된다.

격리기간까지는 마스크(KF94)는 상시 착용해야 하며 직장 동료와 접촉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들을 위한 별도 휴식 공간 마련도 권고된다.

이에 따라 의료현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단축하는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는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한 BCP를 적용 중이다. 충북대병원은 전직원 자가격리 기간에 대해 5일로 단축이 가능하다고 지침을 정했다.

방역당국은 의료대응에 공백이 생기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지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도리어 감염 위험을 키우는 무책임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진 후 5일만에 출근했다는 종합병원 간호사 A씨(26)는 “아직도 목이 아프거나 기침을 하는데 나 때문에 환자들이나 동료들이 확진될까봐 걱정된다”며 “최소한 신속항원검사라도 시켜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종합병원 간호사 박모씨(27)는 “환자를 계속 돌봐야 하기 때문에 (격리 단축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확진자가 환자를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며 “환자들이 단체로 감염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라고 말했다.

현지현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은 “5일이 지나면 전염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식사도 혼자 하게 하고 휴식 공간도 따로 두는 것 자체가 여전히 전염력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라며 “상당히 모순적이고 위험한 지침이다”라고 지적했다.

의료진에게만 다르게 적용되는 격리지침에 대해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있다. A씨는 “의료진도 코로나 걸리면 아픈 건 똑같은 사람이다”라며 “매번 휴일도 반납하면서 일했는데 이렇게 취급하면 누가 버틸 수 있을까”라고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의료인 격리기간 단축은 너무한 것 같다’, ‘의료진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BCP를 칼같이 적용할 시간에 노동법부터 제대로 적용하라’ 등 의료진들의 불만 섞인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장에서는 의료인력을 늘리거나 위중증 환자를 줄여 의료현장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 국장은 “의료진 격리지침 완화는 애초에 의료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요구한 간호인력 기준과 의료진 인력수급 대책을 정부가 하루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확진 의료진을 현장으로 보내는 건 개인건강과 방역학적 차원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차라리 팍스로비드 처방을 확대해서 위중증 환자를 줄여 의료진의 업무부담 자체를 축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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