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이상직 비자금’, 정권말 권력형 비리 비화하나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4-13 11:48수정 2021-04-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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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는 이상직 무소속 의원. 2020.10.16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체포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58·무소속)의 5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정권 말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비화할지 여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는 모두 이 의원의 개인 비리 성격이지만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 의원이 빼돌린 38억여 원 가운데 정관계로 흘러든 비자금 용처가 확인될 경우 ‘로비 리스트’나 ‘살생부’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총 4가지다. 이스타항공 재무담당 간부인 조카와 공모해 자신의 딸과 아들이 100% 소유한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여주를 저가로 매수하도록 하는 등 회사에 50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치고, 38억여 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가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임일수)의 수사 결과 확인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의 지역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회사 자금을 사용한 정당법 위반 혐의도 포착됐다.

이 의원의 횡령·배임 혐의는 외견상 과거 부도덕한 기업주 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도 자녀 등 특수관계인이 회사 주식을 헐값에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계열사에 경비를 보내는 것처럼 허위명세서를 꾸며 돈을 빼돌리는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파악됐기 때문이다. 횡령, 배임 혐의만 놓고 본다면 전형적인 경제사범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횡령된 돈의 용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폭탄선언’이나 ‘비자금 사용 리스트’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의원이 빼돌린 38억여 원은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는데, 수표가 아닌 현금으로 거액의 회삿돈이 빼돌려졌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 자금 흐름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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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되고,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이사장을 그만두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등 현 정부 들어 잘 나갔던 것에 다른 배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스타항공이 지급보증을 한 것으로 알려진 태국 타이이스타제트에서는 2018년 문 대통령 사위가 3주간 근무했다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현지 사무실 확인을 거쳐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 가족 어느 누구도 특혜와 거리가 멀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현재 현역 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량 해고와 임금 미지급 사태 여파 속에서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만큼 민주당이 이달 안에 열릴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체포에 동의할지를 놓고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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