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암환자 울린 ‘면역항암신약’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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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2일 0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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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환자들이 기다려온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청신호가 켜졌다. 약 3년간 급여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최근 정부가 판매사인 다국적제약기업 한국MSD에 기업이 일부 재정분담을 하도록 하는 재정분담안을 제안하며 협상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동안 급여 적용 조건으로 MSD측에 키트루다의 약값을 낮추라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지난 4월 처음으로 재정분담안 제안으로 선회했다. 기업이 스스로 약값을 내리기 어렵다면 직접 다른 형태로 재정 일부를 메우라는 얘기다. 이에 한국MSD는 5월말 두 가지 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8월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한국MSD도 정부의 제안에 대해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키트루다 급여 적용 여부가 오는 10월 14일 열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여기서 MSD가 제출한 최종 재정분담안에 대해 협의가 이뤄지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거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급여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한국MSD 관계자는 “지난 2일 정부의 (재정분담안 추가 제출) 권고안을 받았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한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고자 기존에 제출했던 재정분담안에서 조금이라도 추가 재정 분담율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키트루다는 기존 다른 항암제 대비 4배 이상의 ‘5년 생존율’을 보이며 환자와 건강보험재정 양쪽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급여 적용이 어려웠다.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했을 때 키트루다 약값이 매우 높다고 봤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다른 입장과 대립각을 좁히지 못했다.

키트루다는 현재 기존 다른 항암제 치료를 먼저 받은 뒤 효과가 없거나 병이 진행될 경우 처방될 때(2차 치료)만 보험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1980~2000년대 개발한 기존 항암제가 부작용이 크더라도 위험 부담을 그대로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폐암말기 환자 3명 중 1명은 2차 치료를 받기 전에 숨지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1차 치료의 중요성이 크다.

우리나라 보험급여 문턱이 높은 것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뚜렷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6개국 중 무려 31개국이 키트루다의 1차 치료 급여를 적용했다. 이를 포함해 전 세계 52개국이 급여를 적용 중이다. 이 중에는 한국보다 GDP가 낮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도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신약인 만큼 비용 부담이 크지만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급여 5개 국가 중에 속한 상황이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7년 국내 출시 이후 3년째 급여 논의에 성과가 없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계속 컸다. 항암제는 급여시 환자부담이 전체 약값의 5% 수준이라 암환자로선 보험급여가 절실하다. 특히 그 동안 키트루다의 임상적 효용성이 부각되면서 암환자들은 그야 말로 그림의 떡을 보는 처지였다.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임상 추적관찰 결과에서 키트루다는 다른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폐암환자들에게 1차로 단독투여한 결과, 5년 전체 생존율 23.2%를 기록했다. 약물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생존율은 15.5%이었다. 기존 다른 항암제(화학요법)의 5년 생존율 5~6%에 비해 4배 이상 효과가 개선된 것이다.

다른 약물과 병용요법 효과도 크다. 지난해 말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키트루다는 화학요법을 병용한 결과 종양크기가 확연히 감소한 객관적반응률(ORR) 46.9%를 기록해 화학요법 단독투여군 28.6%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폐암 환자는 30분에 1명씩 사망하는데 급여 논의만 3년째 지속돼왔고, 환자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신약 치료의 기회도 없이 치료를 포기하고 죽어간다”며 “폐암 환자와 가족들로서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하루 빨리 한국 암환자들이 다른 나라 국민들과 동등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형평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는 10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신속히 재정부담안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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