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수학이 발달한 인도에선 손가락 마디로 20까지 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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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손으로 수 세는 법 달라
한국은 손 펼친 상태서 접는 방식… 영국은 주먹 쥔 후 차례대로 펼쳐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방식도 나라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7을 셀 때 사진과 같이 한 손의 다섯 손가락을 펴고 다른 한 손의 엄지와 검지를 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방식도 나라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7을 셀 때 사진과 같이 한 손의 다섯 손가락을 펴고 다른 한 손의 엄지와 검지를 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인종차별이나 타 문화 비하와 관련한 뉴스를 접한 서영은 우리가 잘 모르는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의도치 않게 다른 문화를 잘못 사용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지금처럼 문화 개방이 급속히 이뤄지는 시대에는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호 배려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영: 인종차별 같은 뉴스를 접하며 그동안 우리도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 그래 문화는 의식주, 종교, 예술 등 여러 가지가 있지. 수학에 관한 문화도 차이가 있단다. 지금은 아라비아 숫자가 세계 공통으로 쓰이지만 손가락으로 수를 표현하는 방법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거 아니?

서영: 네. 저도 어느 방송에서 국적이 다른 아이돌 구성원이 7과 8의 표현이 달라 시간 약속을 서로 잘못 이해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 있어요.

○문화마다 다른 수 세는 방식

수를 세는 체계는 인체 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많은 고대 문화에서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이 수를 세는 체계의 기본이 됐습니다. 이른바 ‘십진법’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사물의 양을 기록할 때 손가락으로 숫자를 셌고, 손가락과 발가락의 수에 맞춰 다섯 개, 열 개 등을 한 묶음으로 간주했습니다.

흥미로운 변이도 있습니다. 중미의 한 인디언 문화에서는 10 대신 8을 기본으로 쓰기도 했답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있었을까요? 역시 손가락의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손가락 대신 손가락 사이를 센 거였습니다. 손가락 사이에 물건을 끼워두기에 손에 가질 수 있는 것을 최대 8개로 본 것이지요.

오늘날의 자릿수 체계는 초기 인도 문화에서 나와 아랍 무역로를 거쳐 유럽까지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십진법의 자릿수 체계는 숫자의 상대적 위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111’이라고 쓰면 백십일을 뜻하는 것이지 3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수를 셀 때 사용되는 십진법 자릿수 체계는 아라비아 숫자와 함께 완전히 보편화됐습니다. 아무리 널리 쓰이는 언어나 알파벳이라도 지금의 숫자 체계만큼 널리 쓰이지는 않지요. 즉 만국 공통어입니다. 물론 시계 등에 여전히 남아 있는 로마숫자(I, IV, V, X, XI 등)나 고대 이집트와 중국의 표기법은 자릿수의 체계가 아닙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수를 세지만 오늘날에도 문화에 따라 수를 세는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는 개수를 셀 때 펼친 손가락에서 엄지부터 손가락을 접으며 수를 셉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주먹을 쥔 뒤 엄지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펴면서 셉니다. 중국이나 미국의 경우는 주먹을 쥔 뒤 검지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펴면서 마지막에 엄지를 펴는 방식으로 세기도 합니다. 물론 6부터는 또 국가 또는 문화마다 손가락 모양이 달라집니다. ([그림1] 참조)

인도의 경우는 손가락 마디를 이용해 새끼손가락의 아래 마디에서 1을 세기 시작해 엄지손가락의 끝을 19, 마지막에는 20까지 세는 방법으로 한 손으로 많은 수를 세기도 합니다. ([그림2] 참조)

수를 세는 것뿐만 아니라 수를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국가 또는 문화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7을 나타내는 데 있어 우리나라는 한 손의 다섯 손가락을 펴고 또 다른 한 손의 엄지와 검지 또는 검지와 중지를 펴서 나타내죠. 중국은 엄지, 검지, 중지를 모아 나타냅니다. 일본은 한 손을 펴고 다른 한 손의 검지와 중지를 펴되 다른 손 위에 올려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림3] 참조)

물론 수를 세거나 표현하는 방법에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국가나 문화권 내에서 많은 사람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면 국가별 또는 문화별 차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산 방법도 문화마다 달라

1부터 10까지의 수를 세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덧셈, 뺄셈 역시 한 자릿수일 때는 쉽게 풀어낼 수 있지요. 하지만 한 자릿수를 넘어 두 자릿수 이상의 덧셈과 뺄셈으로 넘어가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연산을 학습하는 방법도 문화별로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자릿수의 덧셈에서 받아 올림이 있는 경우 십진법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일의 자리부터 덧셈해 가는 방법을 배워왔습니다. 10의 보수(더해서 10이 되는 수)를 이용해 10이 충족되면 다음 자리에 받아 올림으로써 덧셈하는 것입니다.

이를 조금 달리 적용하면 두 수 중 한쪽의 일의 자리가 0이 되도록 만들어 준 뒤 계산을 마치고 그 차이(보수)만큼 차감해주는 방법을 사용해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수학이 발달한 인도에서 잘 알려진 방법이랍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빠른 연산을 위해서는 정형화된 방법을 쓰는 한편 사고의 확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연산 방법을 소개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식주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다른 문화의 수학적 사고나 수학과 관련한 다양한 표현 등에도 관심을 갖고 폭 넓게 이해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수학#인도#수 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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