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우리의 자산… 환경보호에 앞장서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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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인터뷰]조상희 UDT자원봉사단장

제주 구좌읍 김녕리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인근 도로가로 옮기고 있는 UDT자원봉사단 바다살리기운동본부 조상희 단장(오른쪽). 왼쪽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공근로자다. 바다살리기운동본부 제공
제주 구좌읍 김녕리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인근 도로가로 옮기고 있는 UDT자원봉사단 바다살리기운동본부 조상희 단장(오른쪽). 왼쪽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공근로자다. 바다살리기운동본부 제공
“바다에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바다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을 때 참 안타깝지요. 환경은 우리의 미래이자 자산입니다.”

전국 바닷가를 돌며 쓰레기 청소봉사에 온 몸을 던지고 있는 UDT자원봉사단 바다살리기운동본부의 조상희 단장(66)의 바다와 국토사랑은 남다르다.

고향이 충북 청주인 그는 가난했던 시절,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농사일을 도왔다. 당시 활발했던 새마을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혈기왕성하던 그에게 한 군인의 제복과 빨간 모자에 새겨진 ‘UDT(수중폭파대)’는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1974년 경남 진해 UDT에 입대했고, 3년 후 제대 때는 수중폭파전문가가 돼 있었다.

사회생활도 군 생활의 연속이었다. 첫 직장은 부산 영도 수중개발회사였고, 중동 개발붐이 일 때 카타르의 담수발전소 수중공사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1983년부터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해 산업 잠수부로 일했다. 마곡대교, 청담대교, 거가대교에도 그의 이력이 붙어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는 선체 인양 작업에 투입됐다.

그런 그에게 2012년 7월 13일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 날이다. 경남 통영 안정공단 수중터널 공사현장에서 샌드 펌프에 오른쪽 팔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사생결단으로 버텼지만 손은 이미 자신의 신체가 아니었다. 손목절단으로 병원 생활 3개월은 고통과 비관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희망이었다.

그는 퇴원과 함께 2012년 10월 30일부터 자원봉사로 새 삶을 시작했다. 바다가 있어 잠수부 생활 35년이 가능했기에 불편한 몸이지만 여생을 바다와 국토에 바치기로 작정했다. 2014년에는 동료 10여 명과 함께 부산 남구에서 UDT자원봉사단 바다살리기운동본부를 결성했다. 3년간 거의 매일 부산 바닷가를 청소하다 보니 몰라보게 좋아졌다.

2016년부터는 혼자서 서해안∼남해안∼동해안 청소봉사에 나섰다. 2018년 6월부터 시작한 제주 봉사활동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가 전국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20일 지금까지 10kg짜리 포대로 3만181개에 이른다. 눈비가 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그의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때는 잠수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2017년 불이 난 부산 자택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 함덕 인근 해안가 작업 때는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죽을 뻔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인 생활비와 봉사경비는 자비로 충당한다. 손목 절단사고로 받고 있는 산재보험금이 그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다행히 올 2월부터는 부산 건설업체 협성건업㈜에서 월 300만 원을 후원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바다준설 등 해양공사로 발전해온 협성건업의 정철원 회장이 조 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선뜻 지원을 약속했다. 조 단장은 “협성의 후원은 큰 힘이 되고 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를 담은 포대에다 소속과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붙여놓고 다른 장소로 떠난다. 자치단체의 수거에 대비해서다. 그러나 명함을 본 공무원들이 “처리를 어떻게 할 거냐. 당신이 가져가라”고 따질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고 한다. 하물며 “하루 일당이 얼마냐”고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잊는다.

현재 제주 구좌읍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조 단장은 “해안가 국유지에 작업용 컨테이너를 하나 설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며 제주도와 시에 몇 차례 건의했으나 아무 말이 없다”며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현장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바람은 0.5t짜리 트럭 1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올레길과 오름이 연속되는 제주도에서 쓰레기를 옮기는 데는 이만한 운반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돈을 버는 데만 신경을 쓰고, 환경이나 후대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조 단장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바다살리기#환경보호#바다살리기운동본부#조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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