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내 거주 재외국민도 ‘임차인 권리’ 보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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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4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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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보호제외는 불합리” vs 2심 “주민등록과 달라”
대법 “법률미비 문제…헌법이념 따라 보호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국내에 거소(거주 장소) 신고를 한 재외국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으로 인정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부동산개발업체 A사가 한국 국적 뉴질랜드 교포 전모씨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패소 취지로 인천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인천 한 주택 근저당권자인 A사는 법원이 2014년 1월 개시된 주택 경매절차에서 전씨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 인정해 우선배당을 받도록 하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외국민인 전씨가 주민등록은 하지 않고 국내거소신고만 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A사 주장이었다.

쟁점은 재외동포법상 재외국민의 국내거소신고가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 효과를 갖는지였다.

재외동포법 9조는 법령에 규정된 각종 절차와 거래관계 등에서 주민등록증이 필요한 경우 국내 거소 신고증을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재외국민은 외국국적동포와 달리 한국국적을 가진 국민이고,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와 문언에 비춰 보호대상인 국민에서 재외국민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전씨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재외국민의 국내거소신고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주민등록에 의한 법률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 88조의2 2항 유추적용을 통해 재외국민의 국내거소신고나 거소이전신고도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로 볼 수 있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출입국관리법 해당 조항은 외국인등록과 체류지 변경신고는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 효과가 인정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재외동포법 9조는 재외국민의 국내거소신고와 거소이전신고로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갈음하는 것을 배제한 것이 아니다”며 “출입국관리법 88조의2 2항과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검토됐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한 입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인이나 외국국적동포도 외국인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로 주택임대차법상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는데, 재외국민이 이와 달리 대항력을 취득할 수 없다고 보는 건 형평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정한 헌법 2조2항,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 지위가 보장된다고 정한 동법 6조2항을 들어 “관련 법령·법리를 해석·적용할 때 이같은 헌법적 이념이 가급적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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