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인종차별의 굴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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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8월 28일.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 날입니다. 그날은 노예 해방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에서 평화 대행진이 열린 날이기도 합니다. 1966년 3월 21일은 유엔에서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정한 날입니다.

그 후 5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것은 인류의 비극입니다. 21일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 대 세르비아의 축구 평가전에서 독일 관중 3명이 관중석에서 ‘니거’(니그로의 독일어로 흑인을 비하하는 말)라는 말과 함께 ‘하일 히틀러’라는 나치 찬양 구호를 외쳤습니다.

비하 대상이 된 사람은 독일 대표팀 선수 리로이 자네와 일카이 귄도간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 문제로 부각됐습니다. 독일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해 해당 관중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손흥민 선수도 유럽 무대에서 가끔 인종차별 문제에 부닥치곤 했습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에서도 최근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브라질 출신으로 볼리비아에서 뛰고 있는 세르지뉴 선수는 “내가 공을 잡을 때마다 그들은 ‘몽키’, ‘고릴라’라고 소리쳤다. 내 가족이 TV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세르지뉴는 결국 경기장을 떠나며 이렇게 분노했습니다.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평등하다. 내가 브라질 출신이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나는 다르지 않다. 신은 단지 하나의 인종인 인류를 창조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흑형’(흑인 형), ‘외노자’(외국인 노동자),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 등의 용어에 인종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지 않은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장난스럽게 내뱉는 말이 듣는 이에게 모욕과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은 물리적 폭력을 비화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력을 안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 정책에 반대 시위를 하던 시민 수십 명이 경찰 발포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날입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격리, 분리)라 부릅니다. 유색 인종의 참정권을 부정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백인의 특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인종차별 정책입니다.

“500년 내지 1000년 후에는 인간 모두가 혼혈인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의 혼혈인을 새 인간(New People)이라고 부른다.”


50여 년 전 한국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외쳤던 미국인 소설가 펄 벅(1892∼1973·사진)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1967년 여름에 남긴 말입니다. ‘대지’라는 소설로 유명한 펄 벅은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입니다. 경기 부천에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을 도우며 차별 해소에 힘쓰고 있는 펄벅재단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인종차별#노예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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