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집행 공원’을 벚꽃길 등 인천의 명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내년까지 지정해제 일몰제 앞두고 2022년까지 5641억원 투입
문학공원 등 46곳 재정비하기로

일제강점기부터 공원으로 지정돼 각종 건축규제를 받아 온 인천 미추홀구 문학공원에 밀집해 있는 철거 대상 건축물. 인천시의 장기 미집행 공원 일괄 보상 계획에 따라 이곳에서도 다음 달 중 토지 및 건물 보상이 시작된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일제강점기부터 공원으로 지정돼 각종 건축규제를 받아 온 인천 미추홀구 문학공원에 밀집해 있는 철거 대상 건축물. 인천시의 장기 미집행 공원 일괄 보상 계획에 따라 이곳에서도 다음 달 중 토지 및 건물 보상이 시작된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25일 인천 미추홀구 문학터널 주변 ‘문학공원’ 조성 예정지. 인천 발상지인 문학산 자락에 오래된 가옥이 꽤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따라 두부, 고기류를 파는 음식점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었다. 가내수공업을 하는 영세공장, 고물상, 살림집도 눈에 띄었다. 등산로와 떨어진 옛 공동묘지엔 분묘가 100기 이상 몰려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문학산 전체가 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산자락인 이곳도 수십 년간 아무런 보상 없이 건축이 자유롭지 못한 공원으로 편입돼 있었다. 땅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무허가 건물만 남아 있는 인천의 대표적인 ‘장기 미집행 공원’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20년까지 보상을 마치지 않은 공원을 지정 해제하는 ‘장기 미집행 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인천시가 ‘공원 확충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단순히 토지나 건물 보상에만 그치지 않고 미세먼지 및 열섬효과를 줄이면서 자동차 소음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공원과 ‘도심 숲’을 조성하기 위해 총 564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선제적으로 대규모 공원 조성 예산을 마련해 도심 생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장기 미집행 공원 일몰제’ 대상인 공원 예정지 52곳(7.23km²) 가운데 개발제한구역과 국·공유지, 재정비지역을 제외한 46곳(2.91km²)에 대한 보상 작업을 마치고 2022년까지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중 도심 속 산세가 수려한 문학공원에서도 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화됐다. 전체 면적 21만8813m² 가운데 국유지와 시유지를 뺀 사유지 29필지 10만9141m²(49%)에 대한 보상을 다음 달 중 실시한다. 내년 초부터 공원조성 사업을 시작해 2020년 말까지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산림 훼손이 심각한 곳을 복원하고 왕벚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어 인천의 대표적인 벚꽃 길 명소로 만들기로 했다.

140억 원 정도로 책정된 공원 조성비 중 대부분이 토지와 건물 보상비로 지출된다. 보상담당 실무자는 “문학공원 내 보상할 건축물만 161개 동에 이른다. 토지주, 건물주, 영업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아 보상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근 문학경기장 맞은편에 있는 ‘관교공원’(49만5100m²)도 조만간 군부대가 이전할 예정이어서 어린이 숲 체험, 운동 순환로와 같은 운동 및 휴식시설을 갖추게 된다.

인천시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전국 특별 및 광역시 중 1위인 11.2m²인 만큼 장기 미집행 공원이 많은 편이다. 시는 개발제한구역, 국·공유지, 재정비 지역 등 4.32km²를 제외하고 장기 미집행 공원의 40%에 해당되는 2.91km²에서 보상을 일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서의 토지 및 건물 보상비가 총 공원 조성비 중 절반가량인 26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는 지방채 발행(600억 원), 수도권특별회계(854억 원), 군·구비(1804억 원), 추가경정예산(864억 원) 등 여러 방식을 통해 보상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또 미세먼지 차단 숲, 도심바람길 숲과 같은 ‘생활밀착형 도시 숲’을 조성하기 위해 239억 원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 외 경인고속도로 일반화도로 중앙차로에는 545억 원을 추가로 들여 ‘미세먼지 저감 숲’을 만든다. 박 시장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지속된 시민 재산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면서 시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공원조성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장기 미집행 공원#미추홀구#문학공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