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 ‘코미디철가방극장’ 활용 방안 골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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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운영 맡아온 개그맨 전유성, 축제 개최 과정서 청도군과 갈등
9월 떠나 극장 관리 어려워져… 郡 “컨설팅 토대로 활성화 모색”

28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코미디철가방극장 마당에 잡초가 자라 있다. 개그맨 전유성 씨가 지난달 청도를 떠난 뒤 극장 문이 닫힌 채로 계속 방치돼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28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코미디철가방극장 마당에 잡초가 자라 있다. 개그맨 전유성 씨가 지난달 청도를 떠난 뒤 극장 문이 닫힌 채로 계속 방치돼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28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성수월마을. 반쯤 열린 철가방 모양으로 지어진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외벽에는 쏟아진 자장면과 짬뽕, 젓가락, 소주병 등의 대형 조형물이 붙어 있었다. 개그맨 전유성 씨와 그의 제자들이 코미디 공연을 하던 코미디철가방극장이다.

가을을 맞아 코미디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붐벼야 하지만, 극장을 찾은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극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마당엔 잡초가 가득했다. 텅 빈 주차장엔 주인 없는 길고양이 세 마리만 기자를 반겼다. 지난달 22일 전유성 씨가 청도를 떠난 이후 극장은 한 달 넘게 이런 모습이다. 극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청도군이 코미디철가방극장의 운영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7년간 극장을 맡아 운영해 온 전 씨가 갑작스레 떠난 이후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은 2011년 5월 성곡댐 건설에 따른 수몰지역 주민들을 위한 농촌체험시설로 지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청도군이 예산 12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웃음건강센터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성곡권역운영위원회가 극장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당시 주민들이 때마침 청도에 터전을 잡고 살던 전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극장 건립이 추진됐다. 주민들이 침체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고, 전 씨가 극장을 지어 코미디 공연을 해 보자고 제안해 건립이 성사됐다.

전 씨는 올해 5월까지 이곳에서 개그맨 지망생들과 함께 코미디 공연을 해 왔다. 지난해까지 티켓 매진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TV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 폐지의 영향으로 개그맨 지망생이 줄면서 공연을 이어가지 못할 상황이 되자 공연을 중단했다.

이런 와중에 전 씨가 지난달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 개최 과정에서 청도군과 갈등을 빚어 결국 청도를 떠났다. 2015년부터 전 씨가 축제조직위원장을 맡아 진행해 오던 축제를 올해부터 청도군이 주도하기로 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다.

그간 극장은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전 씨 측이 계속 관리를 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전 씨가 떠나면서 극장 관리마저 어렵게 된 것이다. 청도군은 8월부터 2000만 원을 들여 극장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과의 협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5월 운영위원회 회장을 비롯해 임원이 모두 교체된 데다 주민들이 농번기로 농사일에 바빠 극장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주민들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청도군이 나서서 극장 운영을 맡아줄 것을 원하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극장의 운영 주체는 마을 주민들로 군은 지원을 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완성되는 컨설팅 용역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극장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도는 떠났지만 극장만큼은 아직 애착이 남아있다”며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극장을 살리는 일을 돕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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