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모습 드러낸 4·3 희생자 유해…영유아 포함 4구 발견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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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인근 수풀서 성인 2구 등 총 4구 발견
1973년 공항 공사 과정에서 옮겨져 2차 매장 추정

“공항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창호지에 곱게 싼 무언가 10여 개를 묻었다. 딱 봐도 유골을 묻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973년쯤 공항을 막 밀어제낄 때다.” (제주4·3연고소 보고서 )

제주국제공항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제주시 도두동 한 공터에서 70년 전 4·3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들이 발견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이곳에 1973년 공항 확장 공사 과정에서 노출된 유해를 인근 밭에 2차 매장했다 증언을 근거로 현장을 발굴해 성인 2구, 10대 초반 아이 1구, 2~3세로 추정되는 영유아 1구 등 모두 4구의 유해를 찾았다.

30일 평화재단 관계자들과 유족, 취재진 등이 찾은 유해 발굴 현장은 주변을 정리해야할 정도로 수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유해 4구 중 성인 1구만 두개발과 다리 양쪽이 그나마 온전한 상태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른 성인 1구는 두개골과 다리뼈 한쪽 아이들 유해는 말 그대로 두개골 일부만 남아있었다.

공항 유해발굴에서 아이와 유아의 유해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2007~2008년 공항 유해 조사에서는 성인 유해만 확인됐다.

평화재단 2007년 발굴 조사 당시 도두동 유해와 연관있을 수 있는 증언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해발굴 보고서에서는 “밤 9~10시 비행장치 차량 불로 벌겋게 됐다. 총소리와 차소리, 애기 우는 소리, 여자들 소리 등을 들었다”는 증언이 기록됐다.

또 “저녁에 사람들을 가득 태운 차 2~3대가 오더니 애기 우는 소리, 여자들 소리, 누구 부르는 소리가 막 나더니 총소리가 5분 정도 나고는 사람들 소리도 없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와함께 평화재단은 도두동 인근 4·3학살터인 ‘돔박곶홈’도 이 유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박곶홈은 도두 1동농협 창고 남쪽에 있는 곳으로 동백나무가 있는 구릉이라는 뜻이다.

4·3추가진상조사단에 따르면 희생자 고수인은 4·3당시 남편 한천우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3살된 딸 등 4명이 가족을 꾸리고 살았다.

이들은 1949년 1월8일(또는 1948년 12월10일)무장대 가족이라는 이유로 토벌대가 동박곶홈에 끌고 총살했다.

제주고고학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유해 4구가 혈연 관계인지는 현재 상태로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DNA 등 정밀감식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임종 4·3희생자유족회장 권한대행은 “이곳에 묻힌 희생자들은 두번 죽은 것이나 다름었다”며 “(한번 매장 당했다가 다시 옮겨지는)2차 가해를 당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Δ뫼동산 인근 Δ남북활주로 서북쪽 Δ남북활주로 동북쪽 등 3곳에서 4·3 당시 학살 암매장 구덩이 여부를 조사했으나 공항 안에서는 유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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