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의자왕은 효심 깊은 탁월한 외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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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용 KBS PD 재조명 다큐 제작
“패망군주로 각인된 오해 풀어야”

“정복 군주, 탁월한 외교가, 효심과 우애 깊은 백제 의자왕을 누가 향락의 군주라 했습니까.”

KBS 대전방송총국 편성국장을 지낸 이명용 PD(59·사진)가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32년간의 PD 생활을 마무리하며 백제의 후손으로서 ‘패망 군주’로 각인된 의자왕(재위 641∼660년)을 재조명하고 싶었다.

“매일 삼천궁녀와 술독에 빠지고 정사를 외면했다는 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의자왕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역사학자와 함께 충남 부여 부소산성, 낙화암, 정림사지, 궁남지를 비롯해 전북 익산 미륵사지 등을 샅샅이 뒤졌다. 나당연합군에 패한 뒤 왕자, 신하, 백제 유민 1만2000여 명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가 당 태종 앞에서 무릎 꿇고 항복한 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흔적을 찾기 위해 중국 뤄양(洛陽) 베이망(北邙)산(북망산)도 방문했다.

“의자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신라를 공격해 40개의 성을 빼앗은 최고의 정복 군주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고, 거기에 감춰진 의자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풀어야죠.”

이 PD는 “삼천궁녀라는 말은 역사책에도 없으며, 조선시대에도 궁녀가 수백 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5만 명 정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비도성(현 부여 부소산성) 안에 삼천궁녀가 있었다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다”고 확신했다. 삼천궁녀라는 표현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라는 장편 서사시에서 조선 초 문인들이 인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삼천궁녀#백제#의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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