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 인생 40년… 죽기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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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극장 이끌어온 최규호 씨, 내달 6∼9일 ‘마임 이야기’ 공연
원숙미 갖춘 광대의 일생 보여줘

고향 인천에서 최장수 사설소극장을 이끌고 있는 최규호 씨가 다음 달 6∼9일 인천 남구 소극장 돌체에서 광대 인생 40년을 보여주는 2개 작품을 공연한다. 소극장 돌체 제공
고향 인천에서 최장수 사설소극장을 이끌고 있는 최규호 씨가 다음 달 6∼9일 인천 남구 소극장 돌체에서 광대 인생 40년을 보여주는 2개 작품을 공연한다. 소극장 돌체 제공
‘안 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하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사설 소극장을 이끌며 ‘클라운마임’이라는 장르를 개척해온 광대 최규호 씨(60)의 마임 4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개그맨 전유성 씨가 보낸 카카오톡 글이다. 최 씨는 국내 마임 1세대로 불리는 유진규 씨, 전 씨 등과 함께 춘천마임축제를 초창기부터 이끌기도 했지만 고향 인천에서 꾸준히 마임 인생을 닦고 있다.

그는 1979년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의 얼음공장을 개조해 돌체소극장으로 개관한 뒤 지금까지 ‘인천 최초이자 최장 사설 소극장’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1996년부터 세계 각국의 마이미스트와 아티스트를 초청해 매년 ‘인천 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이 축제에는 최 씨가 30여 개국 마임 순회공연을 할 때 친분을 맺었던 예술가들이 주로 초청돼 마임, 저글링, 마술, 서커스, 애크러배틱스 등 다양한 재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다음 달 6∼9일 ‘작은 극장 돌체’(인천 남구 문학동)에서 마임 인생을 중간 결산하는 ‘광대 최규호 40주년 마임 이야기’를 공연한다. 1984년과 1991년 초연했던 ‘첫 야행’과 ‘먹고 삽시다’라는 2개 작품을 최신 감각에 맞게 연출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어리숙한 도둑 이야기인 ‘첫 야행’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 ‘황금광 시대’와 같은 무성영화처럼 시대의 아픔을 꼬집는 해학적 내용이 가득하다. 춥고 배고프게 지내던 남자가 밤에 첫 도둑질에 나서 부잣집 담을 넘었지만 부엌에 있는 스테이크, 와인을 보는 순간 도둑이라는 신분을 까먹고 음식을 차려먹다 주인 신고로 유치장에 갇힌다. 얼떨결에 유치장 쇠창살을 구부리고 탈출하려다 집보다 따듯하고 밥도 잘 챙겨주는 유치장으로 다시 들어간 뒤 쇠창살을 다시 펴는 장면으로 끝난다.

거리 공연을 하는 버스커가 주인공인 ‘먹고 삽시다’는 최 씨의 자전적 이야기다. 나이 든 버스커가 눈이 내리는 공원 벤치에 앉아 황혼을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에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클래식 음악 첼로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최 씨는 “올해 환갑을 맞았는데 무대에 서는 게 좀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평생 거리 공연을 했던 버스커의 인생처럼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엑스트라와 연극인으로 활동하다 유진규 씨의 마임 연기에 반해 마이미스트의 길을 선택했다. 1978년 서울 신촌의 소극장 ‘거론 스튜디오’에서 ‘시시딱딱이놀이’라는 작품으로 마임 광대로 데뷔했다.

“1970년대 당시 마임 자료를 구하기 힘들어 프랑스문화원이나 독일문화원에서 마임 공연 영상물을 보면서 마임 연기를 독학했다. 중간에 군 입대를 해 군악대 생활을 하면서 드럼, 트럼펫, 색소폰 등 여러 악기 연주를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 대학로 형성의 결정적 역할을 한 ‘소극장 운동’에도 활발히 뛰어들면서 ‘한국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인천의 얼음공장을 돌체소극장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돌체소극장 문을 열자 경동예술극장, 배다리예술극장, 미추홀극장, 신포아트홀 등 7개 정도가 주변에 들어서 1990년대 중반까지 운영됐다”고 회고했다.

이들 극장은 관람료에 의지해 운영되다 적자 누적으로 모두 폐관됐다. 그러나 최 씨의 왕성한 생계유지 활동 덕분에 돌체소극장은 단원 20∼30명을 보유한 ‘극단 마임’을 산하에 두고 공연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갔다. 결국 재정 압박으로 중구 돌체소극장은 문을 닫고 국비와 남구 예산으로 2006년 건립된 문학동 연극 전용 극장으로 이전해 ‘소극장 돌체’로 다시 문을 열었다.

최 씨는 “이번 마임 공연을 통해 원숙미를 갖춘 광대의 일생을 보여주려 한다. 말이 없어도 흉금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은 다음 달 6, 7일 오후 7시 반과 8, 9일 오후 3시 반. 관람료는 일반 3만 원, 청소년 1만5000원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클라운마임#광대 최규호#돌체소극장#작은 극장 돌체#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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