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에 가면 ‘주민 사랑방’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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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동마다 ‘작은도서관’ 건립… 구민들에게 평생학습 기회 제공
책 읽고 운동하며 동아리 활동… 육아나눔터엔 영유아 부모들 북적

2012년 9월 문을 연 사하구 괴정2동 까치마을 작은도서관.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민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하구 제공
2012년 9월 문을 연 사하구 괴정2동 까치마을 작은도서관.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민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하구 제공

“작은도서관에서 보람을 찾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부산 사하구가 관내 16개 동(洞)에 작은도서관 1개씩을 지어 구민에게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하구는 19일 구평동에 ‘구평예들 작은도서관’을 개관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사하구는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모든 동에 구립 작은도서관을 갖춘 유일한 기초단체가 되고, 부산에서 도서관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구가 된다. 부산의 16개 기초단체의 구립 도서관은 1개 자치단체당 평균 5개에 불과하다.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은 사하구가 다른 기초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화 인프라를 보강하고 구민에게 삶의 가치를 제공하자며 2004년부터 추진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운동도 즐기며 동아리를 만들어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하도록 만들자는 취지였다.

주민 운영위원회가 스스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점도 특이하다. 현재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에 주민 193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도서관 리모델링을 비롯해 도서왕 선발대회, 시 낭독회 등을 열면서 주민 주도형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도서관 10곳에는 독서 동아리가 결성돼 95명이 독서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문을 연 작은도서관은 2004년 8월 하단2동의 노을나누길 도서관이다. 이후 괴정3동의 오작교 도서관을 시작으로 매년 각 동에 1개씩 도서관이 늘어났다. 작은도서관에는 공원과 다문화 코너, 장난감도서관 등 특색 있는 공간도 마련돼 문화융합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단1동 하단꿈길 작은도서관에는 1층에 공동육아나눔터가 있다. 이곳은 가족품앗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영·유아 부모들이 북적인다. 장난감 329점을 갖춘 장난감도서관도 인기가 많다. 평생학습빌리지가 있는 괴정2동 까치마을 도서관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아파트 단지 자투리땅에 지은 다대2동 낫개 작은도서관에는 공원과 운동기구 사이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도서관은 지난해 이용자 수가 7만9635명으로 부산 지역 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장림1동 무지개 작은도서관은 관내에 결혼이주 여성이 많은 점을 감안해 다문화 특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6개국 도서 504권도 비치돼 있다.

감천1동 푸른누리 작은도서관에서는 청소년 동아리 ‘토토로’와 주민 고민 나눔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당리동 작은도서관은 최근 ‘인문학 동행 행복한 수다’라는 책을 펴냈다. 괴정1동 회화나무 작은도서관은 공원에 마련된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한 학자수꼬맹이도서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신평1동 동매누리 작은도서관은 다독왕 시상식과 주민화합한마당 잔치를 열고 있다. 제일 먼저 문을 연 노을나누길 작은도서관은 최근 주민의 힘으로 리모델링한 뒤 다시 개관해 주목을 끌었다.

작은도서관 운영협의회 김숙자 회장(67)은 “도서관 규모는 작아도 우리만큼 운영위원회가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은 드물 것”이라며 “앞으로 작은도서관을 명품 도서관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구민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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