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 교원 직위해제, “무고라면 누가 책임?” VS “2차 피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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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14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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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성추행 등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는 교원을 즉시 직위해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누리꾼들이 갑론을박 중이다. 직위해제는 공무원법상 징계는 아니지만 사실상 징계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된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교원을 상대로 이 같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심하다는 의견과,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과 해당 교원을 분리하기 위한 적절한 방침이라는 주장으로 갈리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일 성범죄 혐의로 감사원·검찰·경찰 등의 조사 또는 수사를 받는 교원에 대해 임용권자가 즉시 직위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징계위원회가 구성돼 심의절차를 거쳐 징계처분이 내려지거나 재판절차를 통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해당 교원에 대한 마땅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피해학생이 가해교원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는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성희롱과 추행 등 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해 학생이 성범죄 교원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는 것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무원에 대한 ‘직위해제’란?

직위해제는 공무원에게 그의 직위를 계속 유지시킬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미 부여된 직위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기명령’이라고도 부르며,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교원은 신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직무에서 일시적으로 해제돼 학교에 나갈 수 없다. 직위 해제되면 월급이 감액되고 각종 수당을 받지 못 하게 된다. 직위해제는 공무원법상의 징계처분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사실상 징계와 같은 목적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임용권자가 직위해제할 수 있는 대상 공무원으로는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징계의결이 요구중인 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에 대해 한정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범죄 등으로 기소가 돼야 직위해제가 가능하다. 위의 사유가 소멸된 때에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다시 부여하여야 한다.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된 것이 알려지며 온라인에는 14일 현재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성범죄 혐의만으로 직위 해제는 과하다’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직위해제’가 실제 징계와 같은 효력을 갖는지 여부도 이슈가 됐다. 법적으로는 징계가 아니지만 사실상 징계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직위해제, 2차 피해 막기 위한 임시 조치…징계처분 아냐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현실적으로 교원이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러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학생과 분리할 방법이 없으니 수사와 동시에 분리하자는 건데 무고에 대한 대책만 있으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에 동의하는 이들은 “직위해제는 징계처분이 아니라고 한다. 애초에 기소되면 직위해제 받는다고 하니 좀 더 시기를 이르게 해서 2차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 “다른 공간과는 다르게 학교라는 특수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특수환 환경에서 그 둘을 분리할 수단으로서 직위해제가 나온 것” “직위해제를 취소하면 불이익도 취소되니 인생 끝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같은 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조사 받는 선생님이 있으면 당연히 학생이랑 격리를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선생님이 계속 근무하면 학생이 학교를 쉬어야 하는데”라며 동의 했다.

어떤 이는 “‘직위해제’는 ‘처벌’이라고 보는 것보단 ‘임시조치’라고 보는게 맞다고 본다. (학교폭력 상황에서 피해자도 등교 정지되는 경우처럼) 물론 무고임이 밝혀지면 바로 복직하고 해제된 기간동안의 경제적 보상도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위해제, 사실상 사회적 사형선고징계나 마찬가지”

그러나 “의무적 직위해제인데 그게 어떻게 벌이 아닌가”라며 “무고로 인한 억울한 경우 직위해제로 인한 낙인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지적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혐의자와 신고자를 분리하는 거라면 휴가나 보직 이동, 반 재배치나 임시 전학 등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조치가 가능한데, 단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신고를 받은 것만으로 의무적으로 직위해제라니. 맘에 안 드는 선생 ‘성추행 했어요’ 말 한 마디면 선생 하나 골로 보내는 건 일도 아니게 되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같은 의견에 동감을 표한 이들은 “수사단계면 범죄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기소할지 안 할지도 밝혀진 게 없는데 뭘 근거로 성범죄 혐의를 근거로 직위해제를 시키나” “해고 아닌 것 안다. 그런데 수사단계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직위해제를 하나. 범죄혐의 유무도 안 밝혀졌는데 일방에 의한 주장만으로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과정도 안 거치고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리냐는 것” “본인이 어떤 범죄 혐의 주장을 받는다고 해서 곧장 직위해제 된다면 가만히 있겠나. 무고가 밝혀진다 해도 사회적 낙인은 어쩔 것이며, 그간의 고통은 누가 보상하나”라고 했다.

다만 “혐의만 있어도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은 직위해제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이도 있었다. 그는 성범죄 혐의를 받는 자가 직위해제를 당하지 않는다고 사회적 시선이 덜 나빠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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