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1500억원 들어가는 ‘경남도농업기술원’ 이전지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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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前지사때 시작된 이전사업… 경남도의회, 배수불량 이유로 제동
예정지 졸속 선정도 도마에 올라

지난달 27일 오후 경남도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인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 들판에서 경남도 관계자들이 배수 확인을 위해 굴착기로 땅을 파고 있다. 다음 날 오전 구덩이에는 물이 차 올랐다(오른쪽 사진).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경남도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인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 들판에서 경남도 관계자들이 배수 확인을 위해 굴착기로 땅을 파고 있다. 다음 날 오전 구덩이에는 물이 차 올랐다(오른쪽 사진).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난달 28일 오전 9시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 상촌마을 앞 들판. 국도 2호선과 반성천 사이 펼쳐진 논에는 사료용 볏짚 뭉치가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어설프게 심어놓은 과수와 조경수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보상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오후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가 이 일대 농지 배수(排水·물 빠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굴착기로 파낸 깊이 1.5m 구덩이엔 물이 10cm 정도 차 있었다. 반면 30m 떨어진 곳의 같은 깊이 웅덩이는 말라 있었다. 땅속 배수 상태는 이렇게 위치마다 달랐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이전(移轉) 예정지가 ‘적지(適地) 논쟁’에 휩싸였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가산리와 대천리 61만4600m² 예정지 터에 대해 배수 불량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술원 이전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 부흥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부터 농업기술 보급과 인력 양성기관 역할을 한 청사(진주시 대신로 570)를 외곽으로 옮기고 그 일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새 청사는 진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원 측은 “현 청사 주변은 도시화가 진행돼 연구하기 어렵다. 빨리 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는 지난해 예정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고 내년도 예산에 실시설계비 38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홍 전 지사가 올 4월 중도 사퇴한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도의회 예상원 농해양수산위원장(밀양)은 최근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와 행정사무감사에서 예정지가 졸속 선정됐다고 집중 거론했다. 저습지(低濕地)와 미숙답(未熟畓·제 기능을 못하는 논)이 많아 작물 연구를 위한 포장(圃場)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토양 개량과 성토(盛土)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도 지적했다. 경남도수목원 동쪽 영봉산(397m)과 남쪽 작당산(249m)이 가까워 병해충 이동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농해양수산위는 올 7월 현장 방문에 이어 지난달 초 예 위원장이 직접 굴착기로 땅을 파서 일부 배수 불량도 확인했다. 예 위원장은 “적지가 아니며 보완해서는 답이 없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기술원은 “문제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농업토양정보시스템 ‘흙토람’에서도 예정지의 38%는 배수 우수, 24%는 배수 중간이며 38%만 배수 불량이라고 밝히고 있다. 배수 불량지도 토심(土深)이 깊어 벼농사에 적합하다고 반박한다. 특히 예정지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상재해 우려가 낮으며 주변에 지상물이 거의 없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유동 지하수는 한쪽으로 모아 관개수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주민들도 “배수 불량이 농사에 걸림돌이 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도의회 의견을 반영해 보완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1500억 원이 들어가는 기술원 이전 사업은 2023년 완료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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