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흔적 간직한 북성포구엔 공장 굴뚝 연기만 흐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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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섭 사진작가와 자연문화유산 선정된 북성포구 동행 르포

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로 이어지는 해안은 인천 유일의 도심 포구다. 만석부두에는 굴막이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굴 껍데기를 깠다. 김보섭 사진작가 제공
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로 이어지는 해안은 인천 유일의 도심 포구다. 만석부두에는 굴막이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굴 껍데기를 깠다. 김보섭 사진작가 제공
“비 오는 날 북성포구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대성목재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원목 실은 배들이 오가고 있다. 바다와 공장은, 아직 변화하지 않은, 인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김보섭 사진작가 사진집 ‘시간의 흔적-동구의 공장들’ 프롤로그·2010년)

30년 이상 인천에 얽힌 이야기와 풍경을 주제로 사진을 찍는 김보섭 작가(61)는 1980년대 초까지 인천 3대 어항으로 꼽힌 북성포구를 애지중지한다. 인천 도심 유일한 갯벌지대인 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의 5∼6km를 아직도 샅샅이 누비고 다닌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북성포구와 주민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10년 넘게 찍고 있다.

월미도 초입 북성포구는 물때에 맞춰 갯골을 따라 들어온 어선 위에서 열리는 ‘파시(波市·바다에서 열리는 생선시장)’로 유명하다. 북성포구가 6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고 환경부 및 문화재청이 후원한 제15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인근 목재공장에서 나온 목재 부스러기와 악취를 풍기는 하수가 흘러들어 일명 ‘똥바다’로 불리던 포구다. 그럼에도 근대 산업화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 문화예술인 발길이 잦은 지역이다.

인천해양수산청은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 청원을 근거로 북성포구 일부 구간을 매립하는 공사를 조만간 시작한다. 문인 건축가 화가 환경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북성포구 살리기 시민모임’은 매립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최근 시민모임의 감사청구를 기각해 매립은 불가피하다.

인천해양수산청은 인천 정취가 많이 남은 포구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는 공법으로 매립한다는 방침이다. 임현철 인천해양수산청장은 “환경정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북성포구 매립사업은 갯벌과 포구 가치를 존중하면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6일 북성포구 주변 해안을 김 사진작가와 함께 돌아봤다. 북성포구∼만석부두 사이 4km 구간에는 수많은 공장과 물류시설 보세창고 조선소가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 있었다. 육지에서 바다로 돌출된 작은 곶이 3군데 있었다. 만석부두 갯골에서는 건너편으로 대형 화물선이 입출항하는 북항이 훤히 바라다 보였다. 탁 트인 조망이 빼어났다. 원목을 가득 실은 바지선들이 목재공장으로 드나드는 모습은 이국적이었다.

바닷가 흙길에는 망둑어 등을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몰렸다. 김 작가는 “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는 바다와 갯벌 사이로 공장이 어우러진 독특한 지역이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이제 매연이 아니라 향수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만석부두에는 일제강점기 잠수함을 만들던 조선소가 아직까지 가동하고 있다. 선박 제작보다는 수리를 주로 한다. ‘현대 10호’를 비롯한 선박 3척의 선체 외부를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선소 운영자는 “아직도 건물 내에는 1920, 30년대 벽체가 있다. 조선소 앞에서는 1970년대 영화 ‘고래사냥’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조선소 앞 어민들이 굴을 까던 ‘굴막’이 40채가량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 예전에는 한 굴막에 서너 명이 쪼그려 앉아 굴을 깠다. 굴막은 나무로 뼈대를 이루고 그 위에 파란색과 빨간색의 비닐 지붕을 덮은 형태였다. 김 작가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영종도와 덕적도 먼 바다에서 잡은 굴을 배로 싣고 와 굴막에서 껍데기를 벗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8년 이 같은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사진집 ‘수복호 사람들’에 실었다.

인천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북성포구 32만 m² 중 7만 m² 매립공사를 계기로 만석부두와 화수부두까지 연결되는 포구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청사진을 인천시 등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금한 기금으로 북성포구 관련 시민공청회를 이달에 열 예정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북성포구#김보섭#월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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