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청년 창농’ 열풍 거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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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소득 도시 근로자보다 높다”… 귀농가구 중 20∼40대가 30% 차지
50대 이상-은퇴자 중심서 바뀌어

이정원 쉼표영농조합 대표가 경북 상주시 공검면 율곡리 밭에서 일하고 있다. 쉼표영농조합 제공
이정원 쉼표영농조합 대표가 경북 상주시 공검면 율곡리 밭에서 일하고 있다. 쉼표영농조합 제공
경북 상주시 공검면 율곡리에서 쉼표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원 대표(32·여)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청년 협동조합 창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청년 창농(농업을 활용한 창업)으로 극복하는 아이디어다.

지난해 12월 경북도의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된 쉼표영농조합은 990m² 미만 농가 생산물의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설립 6개월 만에 매출 1억2000만 원을 올렸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2013년 건강이 좋지 않아 고향 상주로 와서 2년 동안 농사를 배웠다. 지난해 처음 벼농사를 시작한 데 이어 약 3300m²의 땅을 빌려 유기농 단호박을 수확해 모두 판매했다. 이 대표는 ‘미녀농부’ 상표도 만들었다.

그는 “청년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며 “농촌 마을 활성화와 협동조합 다양화를 설계하는 농업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에 청년 창농이 늘고 있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2015년 귀농한 2221가구 가운데 20∼40대는 30%가량이다. 50대 이상 및 은퇴자 중심의 귀농 흐름이 최근 청년들의 관심이 늘면서 바뀌고 있다. 일부 30대 이하 농부의 소득이 도시 근로자보다 높다는 것도 창농 증가의 배경이다.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에서 마와 우엉을 생산하는 부용농산은 직원 60여 명의 평균 연령이 30대이다. 2004년 설립 이후 생산과 제조, 가공 기술력을 향상시켜 현재 전국 마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국내 판매를 넘어 2014년 몽골, 2015년 중국에 진출했다. 매출은 2013년 28억 원에서 지난해 136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50억 원이 목표다.

유화성 부용농산 대표가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밭에서 수확한 우엉을 보여주고 있다. 부용농산 제공
유화성 부용농산 대표가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밭에서 수확한 우엉을 보여주고 있다. 부용농산 제공
최근 수확 및 공장 체험과 요리를 배우는 관광 상품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화성 대표(34)는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전통식품 가공 및 산업화 과정을 배워 생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유 대표는 “농산물 생산과 가공, 요리 등 관련 종사자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청년 농업 스쿨을 준비하고 있다”며 “농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 39세 이하 창농 65명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1000명을 육성한다. 청년에게 맞는 지원책을 위해 농업 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와 단계별 창농 보육 시스템 구축, 맞춤형 교육과정 도입, 귀농귀촌 전담조직 및 정보센터 설치, 이주 및 주거안정, 도시민 유치 활동 강화 등 10가지 전략 과제를 추진한다.

10개월 거주와 실습이 가능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영주에 이어 올해 영천에 설립할 예정이다.

경북은 2001∼2015년 1만5000여 가구가 귀농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경북의 귀농이 창농으로 이어지도록 기반을 다져 농촌과 농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배유미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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