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호남오페라단’, 창단 30년만에 문 닫을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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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경제 위축으로 재정난 겪어… 공연마다 2000만∼3000만원 적자
퇴직금 일부로 간신히 버텨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 지원 호소… “지역문화 큰 손실… 도립 전환을”

전북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호남오페라단을 도립으로 전환해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북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호남오페라단을 도립으로 전환해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북을 중심으로 30여 년 동안 활동한 전통의 호남오페라단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전북지역 문화예술인 10여 명은 15일 호남오페라단이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각계의 지원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이공희 전 비전대 부총장, 진동규 시인, 이은희 전북대 교수, 김동식 전북성악가협회 지부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북을 대표하는 호남오페라단이 창단 30년 만에 돈이 없어 문을 닫을 처지다”라며 “역량 있는 문화예술단체가 경제원리에 따라 사라진다면 지역사회의 문화 자산이 큰 손실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은 “호남오페라단을 도립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도립 예술단체가 되면 지역을 찾는 오페라 애호가와 관광객을 상대로 상설 공연을 열어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남오페라단은 1986년 소규모로 창단해 2002년 전문예술법인 전북 1호로 지정됐다. 민간 오페라단으로는 김자경오페라단, 서울오페라단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유서가 깊다. 전북도내 예술인을 주축으로 구성됐지만 공연 때마다 국내외 성악가 및 유명 스태프와 함께 유수의 창작물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호남오페라단은 매년 정기·기획공연을 3회 이상 무대에 올리며 지금까지 그랜드 오페라(2000석) 45회, 소극장 오페라(450석) 130회를 공연했다. 백제시대 때 가요인 ‘정읍사’(2017년 창작 완료)와 판소리 ‘심청가’(2007년), ‘춘향가’(2003년), ‘녹두장군 전봉준’(2000년), ‘논개’(2006년), 기독교 순교자 드라마인 ‘동정부부, 요한 루갈다’(2016년) 등을 오페라로 무대에 올렸다. 지금까지 지역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10편의 창작오페라를 만들어 8년 연속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최우수 창작오페라로 선정됐다. 2010년 ‘흥부와 놀부‘로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1년 ’논개‘로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과 연출가상, 최우수가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페라가 대중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2014년 세월호 사태와 지난해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소비경제가 위축되면서 호남오페라단도 재정 위기를 겪었다. 작품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데 3억 원가량이 들어 공연마다 2000만∼3000만 원의 적자가 났다. 상설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역 독지가와 공공단체의 후원을 받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올해는 이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장(군산대 명예교수)은 “퇴직금 일부를 오페라단 운영에 쓰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며 “우리 오페라단이 전북 고유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민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인태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열악한 지방 재정 형편에서 전북도립국악원(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무용단)과 도립어린이예술단을 운영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며 “다른 문화예술단체나 민간 오페라단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오페라단 도립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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