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새해 화두는 ‘생활쓰레기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12월 도입한 ‘요일별 배출제’… “처리 못하면 일주일 기다려야”
시민들, 개선 요구 등 불만 호소

제주시 외곽 지역에 마련된 쓰레기 집하장인 클린하우스에서 주민이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곳에서 수거하는 재활용품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외곽 지역에 마련된 쓰레기 집하장인 클린하우스에서 주민이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곳에서 수거하는 재활용품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집이 좁아 어쩔 수없이 거실에 쓰레기를 두는데 아이가 장난감으로 생각할까 겁이 나요.”

 13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임신 7개월의 주부는 제주시가 지난해 12월부터 도입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불만을 최근 인터넷에 올렸다. 이 주부의 글뿐 아니라 요일별 배출제의 개선을 요구하거나 항의하는 글이 제주시와 제주도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제도 시행으로 종량제 쓰레기봉지에 담은 가연성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배출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과 종이 캔 및 고철류 등은 품목별로 정해진 요일에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만 버릴 수 있다.

 문제는 한번 배출 시간을 놓치거나 처리하지 못하면 일주일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에 재활용 쓰레기를 넣고 다니는 직장인도 생겨났고 도로변 쓰레기 무단 투기도 부쩍 늘었다. 숙박업소는 투숙객이 버린 쓰레기를 바로 처리하지 못한 채 며칠 동안 보관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는 재활용품 임시 보관소로 변했다. 요일별 배출제가 불편한 이유다. 1일부터는 쓰레기 종량제 봉지, 음식물 처리 수수료 비용이 40%나 올라 주민 불만이 더욱 커졌다.

 생활 쓰레기를 배출하는 제주 지역 2600여 개 클린하우스의 부실 운영으로 각종 쓰레기가 넘치고 악취마저 풍기고 있다. 생활 쓰레기 마지막 도착점인 쓰레기매립장, 소각장 등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과 이주 인구 급증으로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2010년 639t에서 지난해 1184t으로 2배 가까이 껑충 늘어난 반면 처리 시설은 제자리 수준이다. 배출량의 78% 정도만 처리되고 있고 나머지 22%는 그대로 쌓이고 있다. ‘쓰레기 대란’으로 불릴 만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주시는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기 위해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했다.

 요일별 배출제 시범 시행 한 달이 지난 뒤 제주시는 생활 쓰레기 발생량이 20%가량 감소했다고 분석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클린하우스에 있어야 할 쓰레기를 각 가정과 업소에서 보관하고 있을 뿐 배출량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일별 배출 품목 조정이 시급한 이유다.

 이주민 정모 씨(48)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라며 “재활용 쓰레기를 규정에 따라 배출하는 선진 시민의식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생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가 1일부터 서귀포시에서도 적용되면서 제주도 전역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6월 말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제도를 보완한 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일 시무식에서 “관광객 증가 등의 변화에 따른 쓰레기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투자하지 못했던 점은 행정에서 반성해야 한다”라며 “요일별 배출제에 대해 도민과 소통하면서 개선 방안을 찾겠다”라고 쓰레기 처리를 시급한 현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