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일의 갯벌포구’ 북성포구 매립 찬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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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역사문화 답사 명소로… 오폐수 처리시설 없어 악취 진동
인천해양청, 2020년까지 매립 추진… 환경단체회원 등 반대운동 나서

준설토 매립이 추진 중인 북성포구는 인천을 상징하는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어선들이 물때에 맞춰 들어오면 선상에서 생선을 즉석에서 살 수 있는 파시가 거의 매일 열린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준설토 매립이 추진 중인 북성포구는 인천을 상징하는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어선들이 물때에 맞춰 들어오면 선상에서 생선을 즉석에서 살 수 있는 파시가 거의 매일 열린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해안 중에서 유일한 갯벌 포구로 남아 있는 북성포구 매립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다. 북성포구는 인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사진 촬영이나 역사문화 답사 명소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오폐수 처리 시설이 없어 악취가 진동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천해양수산청은 환경 개선을 요청하는 주민 청원을 근거로 이 지역 매립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환경영향평가 및 매립 실시 계획 작업을 마치고 2020년까지 인천항 항로에서 준설토를 확보해 북성포구 32만 m² 중 7만 m²를 매립할 예정이다. 인천해양청은 인천시와 중구 동구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공사비 보상비 등 매립 사업비 분담을 위한 협약도 해 놓았다.

 매립이 본격화되자 북성포구 보존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작가 문인 건축가 환경단체회원 등 80여 명이 최근 ‘북성포구 살리기 시민모임’을 구성해 매립 반대 운동에 나섰다. 30여 명이 4일 1차 현장 답사를 벌였고 주민 요구를 반영한 ‘보존형 환경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북성포구의 가치를 알리는 4분 59초짜리 동영상이 요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면서 반향을 얻고 있다. 소형 무인항공기(드론)를 활용해 제작된 ‘오래된 미래-북성포구’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1930∼70년대까지 화수, 만석부두와 함께 인천 3대 어항으로 꼽혔던 북성부두 역사와 포구 절경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 산다는 한 시민은 동영상 인터뷰에서 “북성부두에 오면 생동감과 삶의 현장감이 있다. 배에서 생선을 살 수 있다는 설렘이 이곳을 찾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10여 년째 북성포구 다큐멘터리 사진을 촬영 중인 김보섭 사진작가(60)는 북성포구 매립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성포구는 갯벌과 갯골이 아직 살아 있고, 어선들이 물때를 맞춰 부두에 들어오면 선상 파시(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생선시장)가 열리고 있다. 인천 역사를 잘 보여 주는 포구”라고 전했다.

 매립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북성포구의 조속한 주거 환경 개선에는 공감하고 있다. 장정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운영위원장은 “북성포구 물양장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오폐수 시설을 갖추지 않아 악취가 너무 심하다. 행정기관이 이런 상황을 오랜 기간 방치한 만큼 빨리 어판장을 정비하고 주차장을 갖춰 관광지로 가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성포구 주변 주민들은 매립을 통한 지역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북성포구 발전추진위원회와 북성포구 선주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당한 행정 절차를 거친 매립 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라며 주민 3000여 명의 매립 찬성 서명서를 제시했다. 김상훈 인천해양수산청 항만정비과장은 “주민 요청으로 매립 사업을 진행하게 됐으며 이를 위해 국비 300억 원까지 확보했다. 시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을 잠시 유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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