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넥슨 김정주는 왜 검찰 뒤를 봐줘야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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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2차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은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창업 이후 연루된 검찰 고소 건이 30여 건에 이르고 수사 결과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연구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수사검사는 진경준 검사장의 대학 동기였다. 2006년 ‘바다 이야기’ 수사 때 넥슨은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에 수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예 수사도 받지 않았다. 2010년 게임업체 엔도어즈를 인수할 때는 회사 주식을 1만분의 1로 줄이는 과정에서 손해 본 주주들이 김 대표를 고발했고 이듬해 메이플스토리 회원 132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됐을 때도 수사를 받았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기간에 진 검사장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다.

김 대표는 최근까지 진 검사장 본인과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 함께 간 해외여행 비용까지 부담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대표가 진 검사장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이유와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 검찰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사행성이 강한 게임업계 특성상 넥슨이 다른 검찰 간부에게도 보험을 들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의혹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잔금 지급을 1년여 미뤄주면서 소유권 분쟁이 있던 땅을 구입하기로 계약한 이유와 9개월 만에 30억 원가량 손해까지 보면서 매각한 정황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 넥슨 측은 매입대금(1326억 원)이 한 해 매출의 10%를 넘는 엄청난 액수였는데도 오너인 김 대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애초 김 대표는 “개인거래여서 아는 게 없다”(3월) 했다가 “돈을 빌려줬다가 다 받았다”(6월) “공짜로 줬지만 대가는 없었다”(7월)는 식으로 진 검사장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꿨다. 기업 뒤에 숨어 발뺌하는 행태는 악덕 기업주를 뺨친다.

매출 2조 원에 걸맞지 않게 넥슨은 1인 경영체제를 여전히 고수한다. 지주회사 NXC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90%를 넘는다. 일본 넥슨과 복잡하게 얽힌 소유구조도 불투명해 김 대표 등 극소수만 회사의 경영을 알 수 있는 구조다. 검찰은 김 대표의 탈법경영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대 벤처 신화에 숨은 기업 비리를 엄정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넥슨#김정주#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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