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실시간 감시하고 경쟁하며 자극 받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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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 사이 ‘SNS 스터디’ 확산

한 학생이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공부하는 모습. SNS 상에서 만난 학생들이 서로 학습의지를 북돋아주며 공부하는 SNS 스터디가 최근 중학생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 학생이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공부하는 모습. SNS 상에서 만난 학생들이 서로 학습의지를 북돋아주며 공부하는 SNS 스터디가 최근 중학생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여름방학 학습계획, 야심 차게 세우지만 실천은 녹록치 않다. 놀라운 의지가 있지 않은 이상 스스로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중학생들은 더욱 그러하다.

여기, 자구책을 찾아 나선 중학생들이 있다. ‘스터디’ 그룹을 스스로 결성해 서로 학습의지를 북돋워주는 것.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스터디 그룹이 실제론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오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가 더 좋아요”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기 수원의 중3 박모 양은 최근 중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특목고 진학 희망자 위주로 스터디 모집. 네이버 ‘밴드’(모임 SNS)에 매일 공부 시간, 공부 계획을 올려야 함. A, B팀으로 나누어 일주일 총 공부시간을 대결할 예정.”

3일 만에 중학생 11명이 모였다.

요즘 SNS로 스터디를 만들어 활동하는 중학생이 많다. 야간자율학습과 각종 학원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고교생에 비해 중학생들은 자율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많은 동시에 의지가 흐트러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스터디원들은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통해 소통한다. 결코 모이지 않는다. 각자 공부한다. 대신 SNS에 각자의 학습 계획, 공부 결과물, 공부시간 등이 담긴 글과 사진을 올려 자신의 학습 과정을 ‘인증’한다.

박 양은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진 중학생들의 공부시간이나 방법, 수준 등을 살펴보면서 자극받기 위해 SNS 스터디를 한다”면서 “지금 (고1 과정인) 수학Ⅰ을 선행학습하고 있는데 벌써 수학Ⅱ를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SNS 스터디를 하는 대구의 중3 김수정 양은 “학교 친구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봤지만 친한 사이다 보니 정해진 규칙을 어겨도 설렁설렁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면서 “모르는 학생들과 서로 격식을 차리면서 하는 SNS 스터디는 규칙을 어기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이 커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SNS로 스터디를 하면서 김 양의 공부시간은 평일 1시간, 주말 3시간 가량 늘었다.

공부하는 모습 화상중계도


SNS 스터디도 계속하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바로 이런 상황에 처한 중학생들은 보다 강한 ‘채찍’으로 ‘캠 스터디’를 활용한다.

캠 스터디? 공부하는 내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스터디를 일컫는다. 구글의 화상통화 앱인 ‘행아웃’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공부하는 내 모습이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치도록 스마트폰의 각도를 맞춰놓고 앱을 실행시켜 함께 공부할 사람들과 단체로 화상통화를 한다. 물론 ‘화상’일 뿐 ‘통화’는 하지 않는다. 음소거 기능을 사용해 소리를 내보내지 않는 것. 얼굴은 찍지 않고 책상 위 교재와 노트, 공부하는 손만 비춘다. 오로지 공부하는 내 모습의 ‘일부’만 공유하므로 모르는 사람과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캠 스터디는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 등 장시간 집중적인 공부가 필요한 취업 준비생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

학생 8명과 캠 스터디를 한다는 대전의 중3 안나영 양은 “공부하는 모습이 여러 사람에게 생중계되니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면서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하게 돼 시험 기간처럼 집중해 장시간 공부해야 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길게는 밤을 새면서 5∼6시간 한다”고 했다.

‘공부시간 채우자’ 억지 스터디도


SNS 스터디는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스터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터디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주객전도’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

경기 용인의 중3 이모 양은 평일 5시간 이상 자습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는 SNS 스터디에 참여 중이다. 이 양은 규칙을 지키기 위해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곤 한다. 학원을 마치면 오후 8시가 넘어야 귀가하기 때문이다. 공부한 시간을 스톱워치로 잰 뒤 스톱워치를 사진으로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린다.

이 양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스톱워치의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다른 학생들이 올린 공부시간에 주눅이 들어 시간만 채우려고 졸면서 공부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황차동 경기 마석중 교사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스터디를 접는 것도 지혜”라면서 “스터디를 하면서 남긴 공부 흔적은 추후 배운 것을 복기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긍정적 측면이 커지도록 스터디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신나는 공부#sns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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