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감성 살아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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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이 머물렀던 가옥-천상병 시인 등 스토리텔링 소재로 삼아 관광자원화
석모도엔 민자로 스키장 건설 추진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인천 강화군은 감성이 살아 있는 역사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강화산성(사진) 입구부터 고려궁지까지 읍내 관광코스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강화군 제공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인천 강화군은 감성이 살아 있는 역사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강화산성(사진) 입구부터 고려궁지까지 읍내 관광코스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강화군 제공
인천 강화도는 백범 김구 선생(1876∼1949)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백범이 명성황후 시해에 분개해 왜병 중위를 처단했다 감옥에 갇힌 뒤 탈옥해 찾은 곳이 강화도다. 그의 수감 시절 사재를 털어 옥바라지를 하며 구명 운동에 나섰던 강화도 선비 김주경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을 떠났고 그의 동생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백범은 1903년 김 씨의 집에서 3개월간 머물며 동네 아이들을 교육하는 훈장으로 지냈고 1947년 다시 이 집에서 강화도 유지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 사진 원본은 강화문화원에 보관돼 있으며 김 씨와 얽힌 사연은 백범일지에 기록돼 있다.

백범의 자취가 남아 있는 김 씨 집은 당초 초가였지만 강화도 부자로 통하던 ‘황씨’ 일가의 소유로 넘어간 뒤 1928년 한옥 기와집으로 신축됐다. 이 한옥은 30년 이상 폐가처럼 방치돼 있었지만 2012년 전국의 한옥을 탐방하고 다니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회원인 최성숙 씨(61·여)가 매입하면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최 씨는 “ㄱ자형 전통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복층 다락방, 지하 야채 저장소, 유리창 등 생활에 편리한 아기자기한 근대시설을 잘 갖춘 한옥”이라고 소개했다. 최 씨는 총면적 130m² 규모의 이 한옥을 전통가옥 전시교육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로부터 충남 공주와 함께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화군은 백범이 머물렀던 가옥과 같은 스토리텔링 소재를 담은 역사문화자원 발굴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려궁지가 있는 강화읍 일대에는 지붕 위까지 박공이 달려 있고 용마루 부분이 삼각형 벽을 이룬 옛 사대부집의 ‘팔작(八作)지붕’을 한 한옥이 10채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국∼고려∼조선시대의 성곽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강화내성 입구인 남문에서부터 조선 철종이 머물렀던 집과 임금으로 등극했던 골목길, 고려궁지로 이어지는 3km 구간에 이런 한옥이 산재해 있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이 구역을 ‘왕의 길’이란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화군은 “서울 북촌보다 가치 높은 한옥이 강화읍에 상당히 보존돼 있다. 이들 한옥을 단장하고 한옥관광안내소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포리 배터와 가까운 양도면 건평포구는 강화도에서 가장 빼어난 바다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천상병 시인(1930∼1993)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내용의 시 ‘귀천’을 건평포구를 바라보며 지었다고 알려졌다. 서정주 시인(1915∼2000)이 강화도 어촌과 얽힌 천 시인의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강화군은 건평포구에 천 시인이 앉아 있는 모습의 동상과 작은 의자를 설치해 한적한 어촌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기로 했다.

강화군은 강화도와 연을 맺었던 역사 인물의 유적을 관광코스로 설계하고 있다. 고구려 연개소문 장군은 하점면에서 태어났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려산 능선인 치마대에서 말 훈련을 했다고 전해진다.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 송강 정철, 혁신 정치인 조봉암 선생 등의 발자취를 조사 중이다. 또 강화도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 150여 명을 위한 작업실, 공방 등을 강화읍 중앙시장 B동의 2, 3층 빈 공간에 꾸며 ‘관광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할 계획이다.

이 밖에 길상저수지, 석모도 등에서 민자유치를 통해 스키장, 삼산온천, 대형 콘도미니엄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 강화군은 민통선 안보관광코스, 강화나들길 명품코스, 강화산성 성곽길, 운수리 문화테마가로 개발 등 32개 관광기반 구축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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