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저소득층에 큰 도움… ‘당연히 받는 돈’ 인식은 고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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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정책’ 성과 좌담회

대학생과 학부모, 이영 교육부 차관(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대학 교육 전문가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에 모여 반값 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학생과 학부모, 이영 교육부 차관(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대학 교육 전문가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에 모여 반값 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현 정부는 대학생과 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반값 등록금’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4년간 예산을 단계적으로 늘린 결과 지난해 등록금 총액(14조 원)의 절반을 정부(3조9000억 원)와 대학(3조1000억 원)이 부담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이 수치상으로 완성됐다.

그러나 아직 ‘반값 등록금’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 학생의 노력과 무관하게 가정의 소득 수준만 따져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에 반값 등록금과 관련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값 등록금 정책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학생 3명과 학부모 1명, 이영 교육부 차관,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홍한국 동의대 학생처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에서 만났다.

○ 가정 형편 따라 차등 지급


정부가 반값 등록금 정책을 완성했다고 할 때마다 “내 등록금은 그대로인데 무슨 반값?”이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대학생이 많았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모두의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정 형편에 따라 국가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저소득층은 돈을 많이 받지만 6분위 이상은 체감도가 낮을 수 있다”면서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저소득층 지원이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 장학금을 많이 받는 학생들은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있지만, 상당수 대학생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전언이다. 호서대 4학년 박연영 씨는 “대학생들은 등록금 고지서 자체에 등록금의 절반만 찍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반값 등록금 정책을 인정 못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4학년 최낙원 씨 역시 “국가 장학금을 못 받는 학생들은 도대체 언제 반값 등록금이 되는 거냐고 말한다.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소득 연계형의 취지와 방식을 잘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득 분위가 학기마다 바뀌는 것도 학생들의 불만 대상이다. 중앙대 3학년 엄태진 씨는 “소득 분위가 결정되면 애들끼리 ‘한 학기 만에 어떻게 우리 집 소득 분위가 3단계나 바뀌느냐.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말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은 “2014년까지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분위를 산정했지만, 금융 자산과 부채 등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소득 분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소득 분위 변동이 심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불만은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이 학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네 자녀 가운데 두 명이 대학생인 학부모 석윤희 씨는 “집이 경기 이천인데 아이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녀서 등록금 이외에 월세 등 생활비도 한 아이당 월 70만 원 정도 든다”면서 “국가 장학금과 든든 학자금(생활비 대출)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휴학을 해야 할 형편이라 대학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책임감 강화 장치 마련해야

전문가들도 국가 장학금을 통해 대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 처장은 “국가 장학금이 없을 때는 교내 장학금 중에서 저소득층 장학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제는 그 재원을 취업 지원 장학금으로 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가 장학금의 혜택이 모든 학생에게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장학금 지원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생들이 장학금을 당연히 받는 돈이라고 여겨 더 공부해야 한다거나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등의 책임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번 받은 돈보다 더 적게 받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고, 반복해서 받다 보면 누구나 당연히 받는 돈이라고 생각해서 ‘못 받으면 바보’라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해진다”며 “이제는 정부가 반값 등록금 실현 자체에 매달리지 말고 장학금 본연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책임감을 높이려면 성적이나 노력에 따른 지원도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석 씨는 “교외 장학금을 받으면 그 액수만큼 국가 장학금이 줄어들더라”면서 “노력해서 받은 장학금은 생활비 등에 쓸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국가 장학금 2유형을 받기 위해 수년간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하다 보니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막대한 예산이 학생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사이에 고등교육 재정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면서 “무상복지 성격을 줄여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반값 등록금 정책이 형평성 차원에서는 굉장한 성과가 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문제점도 있다”면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반값 등록금#국가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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