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헌법에 어긋나는가? 헌재서 첫 공개변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2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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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재범 가능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강제로 화학적 거세를 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첫 공개변론이 벌어졌다.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는 성충동 억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채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성도착증 환자의 성범죄는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해 약물치료가 필수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결론 낼 방침이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위헌인지를 두고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법률은 성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의 성도착증 환자가 재범 위험이 있다면 검사의 청구를 통해 법원이 15년 범위로 치료기간을 정해 당사자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강제하도록 규정했다. 2013년 대전지법은 5,6세 영아를 잇달아 강제추행한 남성에 대한 약물치료명령 청구에 대해 직권으로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 장우승 변호사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인 국내 연구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으론 약물치료 명령은 유죄 선고와 동시에 내려지는데, 실제 약물치료를 집행하는 건 출소 2개월 전이라 두 시점의 간극이 커 재범 위험을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유죄 선고를 받을 당시엔 재범 우려가 있었지만 옥살이를 거치면서 성적 충동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법 시행 이후 법원에서 확정된 치료명령 건수는 10건이지만 아직 징역형 종료 2개월 전인 죄수가 없어 강제로 화학적 거세를 당한 사람은 없다. 위헌 측 참고인으로 나온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은 “성도착증 환자가 성범죄를 일으키는 건 증상 자체보다는 여러 정신적 문제가 동반돼 벌어지는 것”이라며 “성도착증이 말초적인 남성호르몬 때문이라고 단순화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재범을 근본적으로 막는 해결책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대리인 서규영 변호사는 “국내에선 성범죄가 하루 평균 73.8건이 발생하고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선 하루 평균 2.9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감소시키면 치료기간에는 확실히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헌 측 참고인인 이재우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은 “2011년 4월부터 성범죄로 수감 중인 50여 명에게 동의를 얻어 치료를 해봤더니 효과가 있었다”며 “일부 열감, 체중증가, 우울감, 근육통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대부분 성적 생각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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