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임금 부담… 30대 그룹 2년째 신규채용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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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절벽 언제까지]30대그룹 2015년 채용 대폭 축소

《 국내 30대 그룹이 올해 뽑는 정규직 사원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든다. 경기 침체로 대기업의 고용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30대 그룹의 올해 예상 투자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  
올해 국내 30대 그룹의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8000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신규채용 여력이 계속 감소하는 ‘고용 절벽’ 현상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3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는 그룹은 삼성과 포스코 등 19곳,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그룹은 SK 등 4곳, 지난해보다 늘리는 곳은 현대자동차 등 7곳으로 파악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올해 30대 그룹(자산 기준, 금융그룹 제외)의 신규채용 계획 규모가 총 12만1801명으로 지난해(12만9989명)보다 6.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지난해 전년(14만4501명) 대비 10.0%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이들 기업의 국내 투자는 지난해 117조1000억 원보다 16.5% 증가한 136조4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전년(116조8000억 원) 대비 0.2% 늘어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늘어난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2004년부터 30대 그룹 신규채용 및 투자 규모를 집계해 왔지만 지난해와 올해처럼 반비례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실적 악화와 임금 인상에 ‘고용 절벽’ 현실화


대기업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는 첫 번째 이유로 실적 악화가 꼽힌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103곳의 지난해 1∼9월 매출은 2013년 대비 1.5%, 영업이익은 17.9% 감소했다. 특히 신규채용 규모가 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한화 현대모비스 등 상위 8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30% 넘게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익 감소는 신규채용 여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실적이 악화되자 대기업들이 최소한의 필요 인력만 뽑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통상임금 등으로 인한 ‘고용 비용’이 늘어난 것도 신규채용 규모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기업이 신규채용 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적정 인력과 인건비 규모”라며 “정년이 연장되고 통상임금으로 인건비 지출이 늘면서 채용 여력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30대 그룹의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도 총 근로자 수는 지난해보다 1% 늘어난 118만651명일 것으로 추산됐다. 새로 유입되는 인력보다 나가는 직원 수가 적다는 뜻이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도 상충하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의 ‘갈지자(之) 행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청년 실업난을 해결하기도 전에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기업의 신규채용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정책 개선 없이는 고용 절벽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투자와 채용은 ‘반비례’… 서비스 규제 풀어야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고용도 함께 늘어나기 마련이다. 투자 증가는 기업의 여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인 데다 새로 투자한 곳에서 일할 신규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2년째 30대 그룹의 신규채용-투자 규모가 반비례 현상을 보이는 것은 경제 정책의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계획된 국내 투자 규모 136조 원 중 건물 및 토지 확보, 설비 구입 등을 포함하는 시설투자가 102조8000억 원으로 압도적이다. 시설투자 대부분은 반도체나 중화학 공업에 집중돼 있다. 이런 분야는 투자가 즉시 신규채용으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 투자금액 15조6000억 원(2015∼2017년)에는 장비 구입비가 포함돼 있다. 고가의 주요 반도체 장비는 대부분 외산이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시설투자로 잡힌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대금 10조5000억 원도 마찬가지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의 채용 수요는 시설투자가 아니라 생산량이 늘어날 때 발생하는 것”이라며 “근로자 생산성을 인건비 지출보다 높이는 정책 없이 아무리 투자를 독려해봐야 채용은 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채용 증가를 위해선 ‘성장 우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규제 개선 등으로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지 않은 상태에선 채용이 늘 수 없다는 것이다. 송원근 본부장은 “대기업의 채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신규채용 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 분야 등에 대한 규제를 풀고 수도권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지현 기자
#고용#실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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