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에 자연해안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서진∼소래 388km중 인공해안 276km… 24년간 8배 늘어

내년 1월 11일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 콤팩트스마트시티 전시실에서 열리는 ‘해안선 프로젝트’ 전시회에 출품된 인천 교동도 민통선 해안에 있는 철책선(위 사진). 임시 개장한 인천 송도신항 부두에 대형 크루즈가 접안돼 있다.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내년 1월 11일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 콤팩트스마트시티 전시실에서 열리는 ‘해안선 프로젝트’ 전시회에 출품된 인천 교동도 민통선 해안에 있는 철책선(위 사진). 임시 개장한 인천 송도신항 부두에 대형 크루즈가 접안돼 있다.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2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컴팩스마트시티’ 전시관. 아마추어 사진작가 42명이 1년간 인천 해안을 집중적으로 다니며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작가들이 촬영한 사진 아카이브 2275장 중에서 엄선한 184장이 전시관 1, 2층 벽면을 수놓고 있었다. 인천의 제1호 사진전문갤러리 ‘사진 공간 배다리’가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진행한 사진 아카이브 ‘해안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중 ‘아침 출근길’이란 제목의 사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연 안개처럼 보였다. 송도국제도시에 직장을 둔 신문식 씨(57·NSIC 부사장)가 출근길에 해변도로 한 지점에서 찍은 142컷을 한 장으로 합성한 사진이었다. 갈매기가 날고, 물이 드나드는 등의 각기 다른 장면들을 한 장으로 겹쳐 놓았기 때문에 명확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관람객의 상상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작품 같았다.

그는 사진 밑에 “습관처럼 송도신도시 끝자락, 인천대교가 바라다보이는 바다에 들른다. 이곳 해안선에 가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쓸어 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한 주기로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는 익숙함이 공존한다”고 촬영 후기를 적어 놓았다. 신 씨는 주말을 빼고 거의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똑같은 앵글로 바라본 바다를 통해 다양한 변화상을 관찰했던 것. 그는 “바다로 이어진 방류구가 뿜어내는 물에서 도시의 체온을 느꼈다”고 말했다.

‘집에서 본 해안선의 사계’라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한 작가가 살고 있는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아파트단지에서 바다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여러 장면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또 해안을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찍은 동영상, 오래된 옛 부두의 전경을 담은 사진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선원 모집, 지게차 대여, 아파트 분양 등을 홍보하는 광고 전단만을 모아 찍은 사진은 인천의 ‘현재’를 담담히 전해주는 듯했다.

42명의 사진작가들은 신 씨처럼 개인 촬영도 하면서 매달 마지막 토요일 해안 어느 한 지점에 모여 출사(出寫)하는 공동 작업을 겸해 왔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인천엔 해안선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해안을 샅샅이 누벼 보니 낭만적인 갯벌과 바다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채 매립지에 아파트와 상가, 공장이 빽빽이 들어서면서 여러 개발 후유증을 목격했다는 것. 오래된 배 터인 중구와 동구 일대의 북성, 만석, 화수 부두에는 옛 흔적이 일부나마 남아 있었다.

작가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구 정서진∼남동구 소래포구까지의 인천 도심 해안선 388.4km 가운데 인공 해안이 276.2km나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매립 공사로 자연 해안이 거의 사라진 대신 1990년 34.8km에 불과했던 인공해안이 무려 8배로 늘어났다는 것. 해안선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영욱 ‘사진 공간 배다리’ 학예연구실장은 “필요성 혹은 가능성의 이름으로 치장된 개발과 경제 논리에 따라 점점 더 해안선이 분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시회는 내년 1월 11일까지 열린다. 070-4142-0897,

uram54.com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