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모금, 지하철역서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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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公, 광고대행사와 ‘광고권 침해’ 소송 이유로 허가 안해

‘댕그랑 댕그랑’ 종소리와 함께 세밑이면 어김없이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 하지만 올해 말 서울지하철 5∼8호선에서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볼 수 없게 됐다. 허가권을 갖고 있는 도시철도공사와 지하철 광고대행업체인 스마트채널이 소송을 빌미로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구세군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길거리와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전국 350여 곳에서 불우이웃 돕기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서울지하철 5∼8호선 운영권을 가진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에 ‘지하철 역사 내 30여 곳에서 모금활동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지하철 내 모금활동으로 ‘광고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광고권을 침해했다’며 스마트채널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스마트채널은 KT가 대주주이며 2009년 6월 도시철도공사와 계약을 맺어 2020년 6월까지 148개 역의 광고물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공사는 스마트채널로부터 ‘모금활동을 해도 괜찮다’는 공문을 받아올 것을 구세군에 요구했다. 자선냄비가 광고물을 가리면 스마트채널이 ‘광고권 침해’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모금활동을 허가한 뒤 광고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도시철도공사가 지게 된다”며 “증빙서류만 보내주면 당장이라도 모금활동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스마트채널은 “공공 모금활동을 막을 아무런 이유가 없지만 도시철도공사가 재판 과정에서 공문을 임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공문 발송은 어렵다”고 밝혔다.

‘역사 내 행사 금지 방침’도 걸림돌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역사 안에서 서명이나 모금활동을 하면 지하철 이용객들의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지난해 2월 모든 서명·모금활동을 금지하는 지침을 새로 만들었다.

구세군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은 기부금까지 주면서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장소 제공조차 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양측의 법적 다툼과 상관없이 모금이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구세군 모금#지하철역#광고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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