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여기, 시간이 멈춘 땅 낙원을 향한 긴 고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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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를 찾아서]히말라야 횡단1

카라코람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지형이 험준하다. 히스파르 빙하의 카니바사캠프 위에 있는 바위산에서 원정대원들이 만년설로 뒤덮인 산을 바라보고 있다.
카라코람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지형이 험준하다. 히스파르 빙하의 카니바사캠프 위에 있는 바위산에서 원정대원들이 만년설로 뒤덮인 산을 바라보고 있다.
‘미지의 땅’을 걷고, 자전거 타고… 파키스탄 국경에서 티베트로 향한다

많은 사람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당신은 위험이 지천으로 깔린 히말라야로 향하는지. 나는 그때마다 잠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려 눈의 바다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그곳은 지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곳이며 물리적인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가 혼재하는, 인간의 발걸음을 잡는, 마치 풀리지 않는 매듭과 같은 ‘미지의 땅’이라고 말한다. 4000만 년 전 충돌한 대륙들의 봉합선을 따라 형성된 2400km의 히말라야는 이상향의 세계인 샹그릴라의 전설을 품고 있다. 히말라야의 깊은 곳에 위치한 낙원으로 묘사된 장소로 싸움도 시기도 질투도 없고 시간이 멈춘 이상향의 세계다.
북파키스탄 훈자에서 아타바드 호수를 지나 파수로 라이딩하고 있는 대원들. 카라코람 히스파르 빙하는 눈과 얼음, 자갈밭이 뒤엉킨 험난한 고행길이다.
북파키스탄 훈자에서 아타바드 호수를 지나 파수로 라이딩하고 있는 대원들. 카라코람 히스파르 빙하는 눈과 얼음, 자갈밭이 뒤엉킨 험난한 고행길이다.
많은 순례자는 이 시간이 멈춘 땅을 찾아 히말라야의 서쪽 끝 칸첸중가 산의 언덕을 넘었고 지상에서 가장 깊은 계곡으로 불리는 티베트 얄룽창포 계곡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땅이나 하늘 길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닌지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못하거나 그 입구로 접근할 수 없었다. 샹그릴라가 있다는 히말라야는 오늘날 복잡한 문명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최고의 힐링 장소로 꼽힌다. ‘신도 버린 땅’이란 카라코람 산맥 계곡에 위치했으나 사람들이 천천히 늙고 오래 산다는 파키스탄 장수마을 훈자,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문명을 꿈꾸는 인도 라다크, 세상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티베트의 성산 카일라스, 숨겨진 은둔의 땅 부탄의 탁상곰파….
히스파르 빙하에서 나갈마을로 연결된 다리.
히스파르 빙하에서 나갈마을로 연결된 다리.
이번 히말라야 횡단은 샹그릴라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인간 스스로의 힘만을 쓰는 자전거와 스키, 카약,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대지를 달리고 물길을 가르며 바람을 타고 날면서 땅과 부딪치고 물길에 뒤집히고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고통 없이는 갈 수 없다는 샹그릴라로 향한 고행 길을 열어간다. 고통 없는 행복을 맛보지는 않을 것이다. 원정대는 7월 16일 한국을 출발해 히말라야의 동쪽 끝 낭가파르바트(해발 8125m)를 시작으로 ‘신들의 정원’이라는 야생화의 고원 데오샤이 공원(해발 4300m)을 희박한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로 달렸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길다는 150km의 비아포 빙하와 히스파 빙하를 스키와 도보로 횡단하고 카라코람 산맥의 훈자를 돌아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다음 목적지인 티베트로 향했다. 점점 산이 작아질수록 다시 이곳에 머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미련을 만들어간다.

※박정헌 대장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2400km를 패러글라이딩으로 횡단했다. 7월 16일부터 시작해 6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이번 원정에서는 걷기와 자전거 등을 이용한 무동력 히말라야 횡단에 도전한다. 박대하, 강호, 박상현 등 한국인 대원과 사노 바부 스누아르(네팔), 라주 라이(인도) 등의 대원들이 박정헌 대장과 함께한다.

글·사진=박정헌
#샹그릴라#히말라야#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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