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기 고장 나흘간 모른채 사고 당일까지 운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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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이후]
지하철 충정로, 상왕십리 8개 역… ‘주의-정지-정지’ 順 표시가 정상
‘진행-진행-정지’ 순으로 오작동… 기관사 128m앞 급정지했지만 추돌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의 신호기가 2일 추돌사고가 발생하기 나흘 전부터 고장이 났는데도 서울메트로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지하철 운행을 계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세월호 침몰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지하철도 특별 점검을 했지만 신호기는 ‘일상 점검 대상’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신호기 소프트웨어 설치와 변경 등 핵심 기능을 외부업체에 맡긴 탓이다.

서울메트로는 “신호운영 기록장치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29일 오전 1시경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선로전환기 연동장치의 데이터를 수정했고 2시간 후인 오전 3시 10분경 신호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3일 밝혔다. 상왕십리역에 전동차가 정차한 경우 3개 신호기는 뒤 전동차에 ‘주의-정지-정지’ 순으로 표시돼야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진행-진행-정지’ 순으로 오작동했고 자동정지장치(ATS)도 실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일까지 나흘간 하루 550대의 전동차를 정상 운행했다. 지하철 2호선은 9개 노선 가운데 가장 많은 약 250만 명, 상왕십리역은 하루 약 2만 명이 이용했다.

신호기 오작동은 지난달 29일부터 사고가 난 2일까지 충정로역∼상왕십리역 등 8개 역 6km 구간의 모든 신호기에서 발생했다. 특히 기관사들의 요구로 전환기 연동장치를 수정할 때 상왕십리역 구간 속도를 시속 25km에서 45km로 높였다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메트로에 전환기 고장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제동능력이 떨어지는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당시 시속 68km로 달리던 전동차는 기관사가 마지막 신호기의 ‘정지’ 표시를 보고 128m 앞에서 급정지했지만 앞 차의 뒷부분을 시속 15km 속도로 추돌했다. 뒤 전동차는 1990년에, 앞 전동차는 1991년에 제작된 노후 차량이다. 2012년 철도안전법이 개정돼 올해 3월부터 ‘25년 내구연한 규정’이 삭제되면서 폐차 직전의 전동차도 운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경찰은 추돌한 전동차를 운전한 기관사 엄모 씨(45)와 부상 승객 등을 조사해 6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조영달 dalsarang@donga.com·이건혁 기자
#서울지하철#상왕십리#신호기 고장#지하철 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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