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중고교 적정규모 갖춰야 효과” vs “교육에 경제논리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농어촌 미니학교 딜레마]학교 통폐합 해법은 없나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1980년대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고, 구도심 공동화 및 농어촌 인구 이탈이 심해지는 현상이 도화선이었다. 학생수가 지나치게 작은 학교를 어느 수준까지 유지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6203개 초등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1명도 없는 학교는 121곳이었다. 전남이 38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25곳, 경북 24곳 순이었다. 출산율 급락에 따라 초중고교 학생수는 2011년(초 313만, 중 191만, 고 194만 명)과 비교해 2020년에는 4분의 3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농산어촌의 미니 학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둘러싼 고민 역시 깊어질 상황이다.

○ 소규모 학교 통폐합 현황


정부는 1982년 농어촌 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해 농산어촌에서 학생수가 100명 이하인 학교를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통폐합 학교는 1990년대에 연간 200곳이 넘을 정도로 속출했다. 특히 분교들이 대거 폐교되면서 1994년 505곳, 1995년 414곳, 1999년 798곳의 학교가 사라졌다. 정부는 2006년 이후 통폐합 대상 학생수 기준을 농산어촌은 60명 이하, 도시 지역은 200명 이하로 바꿨다. 다만 이는 가이드라인일 뿐 학교 통폐합의 결정 권한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1개면 1개교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교육감이 지역 여건이나 학부모 여론 등을 감안해 통폐합 기준과 대상 학교를 정하도록 돼 있다.

○ 학교의 ‘적정 규모’ 논란

그러다가 2012년 정부가 초중등교육법에 ‘적정 규모 학교를 위한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소규모 학교 문제는 다시 전국적으로 번졌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당 최소학급(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개 학급, 고등학교는 9개 학급)과 학급당 최소 학생수(20명) 규정을 만들려고 했다. 교육부는 일정 수준의 교육 여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적정 학교 규모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농산어촌에서는 사실상 통폐합 기준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1년 대비 전국 초중고교의 28%인 3138곳이 통폐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강원, 충청, 전·남북 지역 교육청이 특히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는 이 개정안을 철회했다.

그 대신 정부는 채찍을 거두고 당근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2012년 초중등교육법에 ‘시도교육감이 학교별 학급수와 학급당 학생수를 정할 때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의 적정한 수업시수 등을 반영하도록 한다’는 원론적인 조항만 넣는 대신 학교 통폐합에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내건 것이다. 기존에는 통폐합을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 학교당 20억 원의 지원금을 주었던 것을 초등학교는 30억 원, 중고교는 1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 경제논리와 교육논리의 평행선

학교 운영의 효율성에 치중하자면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는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농산어촌 초등학교 상당수가 학생이 모자라 2, 3개 학년이 한꺼번에 공부하는 복식수업을 하는 바람에 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교육부는 특히 교과목이 많아지는 중고교의 경우에는 학교가 적정 규모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교과목의 교사를 확보하고, 실험실 어학실 체육실 같은 교육시설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적정 규모’의 학교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어촌에서는 아이들의 등하교 여건과 지역공동체 등을 감안하면 학생수가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가 주장하는 적정 규모를 고집할 경우 1개면 1개교 유지도 힘들게 될 것”이라며 “농산어촌 지역의 특성상 장시간 등하교를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학습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학교를 경제 논리로 재단하지 말고 투자를 통해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스마트 교육을 개발하고 학교별 특성화를 유도해 농산어촌에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교육부가 경제적 시각으로만 소규모 학교를 보는 바람에 교사와 학부모들이 요구해 온 학급당 인원수 감소와 교원 충원율 확보 같은 근본적인 개선에 역행하고 있다”며 “공적 영역인 교육에 시장의 논리를 들이밀어 상품서비스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소규모 학교를 무작정 없애기보다는 학교 기능을 살려두면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평생교육센터나 문화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학교통폐합#적정규모#농어촌 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