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곤 前편수국장 “교과서 품질 끊임없는 감시 필요… 國定은 나쁘다는 논리 동의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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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곤 前편수국장이 본 ‘교과서 편수조직 부활 논란’

함수곤 前편수국장
함수곤 前편수국장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 편수(編修·편집과 수정) 조직을 18년 만에 부활시키겠다고 하자 야권에서는 국정교과서 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만들더라도 독립기구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전 교육부 편수국에서 일했던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976년 교육연구사로 편수국에 들어가 폐지 2년 전인 1994년까지 오로지 편수업무만을 담당하며 최고책임자인 편수관리관(편수국장)까지 지낸 함수곤 씨(74·사진)를 11일 만나봤다. 그의 ‘외곬 18년’ 편수 경력은 교육부 내에서는 ‘전설’이다.

―편수 기능을 부활할 필요가 있는지.

“오히려 너무 늦었다. 국가가 국민건강을 위해 물 공기 먹거리 등은 철저하게 챙기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교육의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이 교육과정이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교과서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런데 교육부 내에 전담 조직이 없다.”

그는 교육부의 양대 역할은 교육 기능과 관리 기능인데, 교육 기능이 빠져버리니 ‘교육부 폐지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편수 조직을 교육부 밖에 두자는 말도 나온다.

“초중등교육법 29조에 분명히 교과용 도서는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도록 되어 있다. 법을 바꾸면 모르겠으나 교과서 검정은 교육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교육부 내에 그걸 담당할 조직이 없으니, 지금까지 편법으로 외부 기관에 맡겨온 것이다.”

그도 장기적으로는 교육부 장관 산하의 별도조직을 선호했다. 의도는 다르다. 정권과 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명분론에서가 아니라 연구와 검정에만 매달릴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국정과 검정 논란이 있는데….

“다양한 역사관을 반영한 교과서가 나오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정은 나쁘고, 검정은 좋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흔히 교육수요자로 학생과 학부모를 꼽는데, 중요한 수요자 중 하나가 국가다.”

―현행 교과서 검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은 ‘필자 중심’ ‘원고료 중심’으로 ‘단기 집필’한 교과서가 넘쳐나는 게 문제다. 다음은 교과서의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편수 조직은 수준과 시각이 천차만별인 검정 교과서의 품질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그는 자신이 편수국장으로 있을 때는 편수관만 54명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4, 5명에 불과하다.

―교과서 검정을 둘러싼 논란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교육과정은 국민을 향한 교육공약서이고, 교과서 제작은 유능한 필자를 선정해 이념 시각 사실(史實)을 조율하고 탁월한 편집으로 완결하는 종합예술이다.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사회, 국가가 끊임없이 감시해야 교과서의 품질도 올라간다.”

함 전 국장은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교과서의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연구와 축적이 안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함수곤#편수국#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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