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닌 병원서 암발병 몰라… 책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50대, 다른 병원서 암진단 받고 석달만에 숨져
법원 “병원 일부 과실”… 2200만원 지급 판결

김모 씨는 44세이던 1999년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과 당뇨 치료를 위해 의사 A 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내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첫 진료에서 김 씨는 자신이 ‘B형 간염보균자이며 어머니가 간경화로 사망했다’고 의사에게 알려줬다. 이후 김 씨는 2009년까지 10년 넘게 이 병원을 다니며 70번 정도 고혈압 치료제 등을 처방받았다.

2009년 4월 김 씨는 소화가 잘 안 돼 A 씨 병원에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지방간이 있고 간이 평상시보다 커졌다’는 진단을 받았을 뿐 별다른 처방을 받진 않았다. 한 달 뒤 김 씨는 교통사고 때문에 다른 병원에 입원했고 복부초음파 검사를 다시 받았다. A 씨는 이때 ‘간세포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고, 다른 대학병원에서 간세포암 확정 진단을 받은 뒤 석 달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간질환에 대한 가족력 등을 미리 고지했는데도 A 씨 병원이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지속적으로 받으라고 권유하지 않았고 초음파 검사 결과도 잘못 해석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의사 A 씨는 “김 씨가 초음파 검사를 했던 시기에는 간암이 실제 없었을 수도 있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사망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 씨는 “김 씨가 고혈압과 당뇨 등의 치료만 의뢰한 것이지 간질환 치료를 의뢰한 사실은 없고 술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계속 술을 마셔 암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씨의 부인과 아들은 A 씨가 의료과실을 저질렀다며 1억6400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강민구)는 A 씨가 김 씨 가족에게 4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1심보다 2200만 원 늘어난 액수다.

재판부는 “간세포암의 경우 초음파 검사로 판독이 쉽지 않은 것은 인정되지만 가족력 등을 고려해 6∼12개월 간격으로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받도록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김 씨가 간질환 치료를 요구한 게 아니었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씨와 같은 일반인이 특정 분야를 특정해 진료를 요청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암발병#암진단#병원 과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