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아들∼. 요즘 무슨 걱정 없니?” “네” “…?”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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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와의 소통, 어떻게 할까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는 속이 탄다. 마냥 귀여웠던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부모의 진심 어린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학교폭력을 다룬 뉴스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각종 통계 발표를 접하는 부모들은 ‘혹시 우리 아이에게도?’란 생각에 노심초사하기 일쑤.

실제로 최근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1, 4학년과 중고등학교 각 1학년 211만 명을 대상으로 한 ‘2013년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7.2%(15만여 명)의 학생들이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사춘기 자녀와 소통하며 자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교육부가 최근 주최한 ‘제3회 학교폭력예방우수사례공모전’에서 실천적인 학생 상담사례로 수상한 서민수 인천 남구 학익동 학동지구대 경사와 임영호 서울 한성고 상담교사, 그리고 서현석 인천 한오름학교 교감이 소개하는 자녀와 소통하는 법을 소개한다.

아들∼ ‘개그콘서트’ 같이 볼까?

많은 부모가 자녀와 대화할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자녀에게 말 못할 걱정이 있는 건 아닌지, 학교에서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걱정돼 대화하려고 하면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평소 자녀와 대화가 뜸한 부모들은 대화 소재로 ‘학교 이야기’와 ‘친구 관계’ 등을 선택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갑자기 부모가 자녀의 생활에 대해 물어오면 자녀 입장에선 마치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쉬워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이런 경우 주말을 활용해 자녀와 함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화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카페인 ‘청바지’(청소년이 바라는 지구대)를 운영하는 서민수 씨는 주말 저녁에는 자녀가 좋아하는 예능과 개그 프로그램을 함께 챙겨본다. 아이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 인기 연예인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나갈 소재를 얻기 때문.

서 씨는 “TV를 보면서 은어이긴 하지만 ‘자뻑’(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 ‘쩐다’(대단하다)처럼 아이들만의 언어도 이해하게 됐다”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관계가 조금씩 좋아졌다”고 말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춘기 여학생들은 부모가 짧게 던진 한마디를 듣고 다양한 ‘상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 “요즘 무슨 일 있니”와 같은 말을 들은 자녀는 ‘뭐 내가 잘못한 게 있나?’ ‘혹시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사춘기 딸과 대화할 때는 전하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편이 좋다.

서 씨는 “‘너 요즘 왜 이래’보다는 ‘요즘 집에 와서 말수가 많이 줄었네. 공부하느라 피곤한 거니’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잔소리도 기술이다

이미 자녀와 감정의 골이 깊어져 대화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의도로 자녀에게 다가가려 해도 자녀가 퉁명스럽게 ‘네’ ‘아니요’라고 짧게 답하거나, 얼굴은 보지도 않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대화를 피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 입장에선 답답한 마음에 짜증을 내기 십상이다.

서현석 교감은 “자녀가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부모의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부모의 말 속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반항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퉁명스럽고 심지어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미 부모와 자녀 간의 불편한 감정이 쌓여온 결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하루아침에 관계를 개선하려는 성급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작은 실천이지만 평소 자녀에게 던지는 말에서 쓰는 표현 하나부터 바꿔나가면 장기적으론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딸이 화장을 진하게 했으면 “어른 되면 화장하지 말라고 해도 매일 하게 되는데 지금은 공부에 신경 쓰렴” “학생은 학생다운 모습이 가장 예쁜 거야” 같은 식으로 훈계하기 쉽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칭찬하는 방법을 쓰면 자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서 교감은 “부모가 ‘화장 참 예쁘게 했네, 메이크업 아티스트 해도 잘하겠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처음엔 ‘아빠가 왜 이러지’ 같은 식으로 어리둥절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모의 이 같은 변화를 보며 겉으론 티를 안 내도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외모에 신경 쓰고 공부보단 연예인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자녀에게 칭찬 일색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잔소리도 ‘기술’이 필요하다. 지적해야 한다면 말의 초점을 ‘자녀’가 아닌 자녀의 ‘행동’에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공부는 뒷전이고 컴퓨터 게임에만 열중하는 자녀에게 “너는 오늘도 게임하니?”(대상이 자녀)라고 하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비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신 “오늘 끝내야 할 숙제와 공부는 다 하고 게임하는 거니”(대상이 자녀의 행동)는 잔소리로 들리더라도 자녀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르다.

임영호 교사는 “부모가 평소 자녀에 대한 칭찬에 인색했다면 부모의 말을 더 쉽게 잔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기분 좋은 잔소리를 통해 부모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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