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최동원賞’도 속도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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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동원 투수 다시 서다… 14일 시민후원금으로 만든 동상 제막

무쇠팔 불멸의 투수 고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동상이 14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정문 서편 녹지대에서 제막됐다. 고인의 부인 신현주 씨, 아들 기호 씨, 권기우 기념사업회 이사장, 어머니 김정자 씨(왼쪽부터)가 동상앞에 섰다. 기념사업회 제공
무쇠팔 불멸의 투수 고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동상이 14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정문 서편 녹지대에서 제막됐다. 고인의 부인 신현주 씨, 아들 기호 씨, 권기우 기념사업회 이사장, 어머니 김정자 씨(왼쪽부터)가 동상앞에 섰다. 기념사업회 제공
“우리는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넘버 11번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일생이 ‘야구’였던 사람.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고향 부산으로의 귀환을 꿈꾸며 야구공을 놓지 못하던 사람. ‘무쇠팔’ 최동원 선수(1958∼2011)가 불멸의 투수로 환생했다.

14일 오후 3시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정문 서편 녹지대. 300여 명의 시민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후원금으로 세운 최 선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은 고인이 “고향에 돌아오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53세로 유명을 달리한 지 2주기가 되는 날. 높이 2.4m, 가로 0.97m, 세로 2.25m 크기의 동상은 역동적으로 공을 던지던 모습을 표현했다. 한국 프로야구 30년사에 야구선수의 동상이 세워지기는 처음이다.

제막식에는 고인의 어머니 김정자 씨와 부인 신현주 씨, 아들 기호 씨를 비롯해 허남식 부산시장, 임혜경 부산시교육감, 이재오 김무성 서병수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국회의원, 한국야구위원회(KBO)·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 허범도 경남고 동창회장 등이 참석했다. 모교인 경남고 야구부 선수 28명과 이종운 감독도 참석해 선배의 투혼을 기렸다.

동상 건립을 주도한 사단법인 고 최동원기념사업회 권기우 이사장(변호사)은 “동상을 건립하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 동상은 한국 야구의 자랑거리일 뿐 아니라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고인의 사인볼 1000여 개를 만들어 판매하고 시민모금운동을 벌였다.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에서 1억 원, 부산은행에서 5000만 원, BN그룹에서 2000만 원,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렇게 2억3000만 원을 모았다. 어머니 김 씨는 “우리 가족에게 오늘 이 자리가 너무나 가슴 벅차다. 동원이를 부산으로 돌아오게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답례했다. 그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여생을 부산에서 봉사하며 살겠다고 약속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일본 유학 중인 아들 기호 씨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동상 건립에 도움을 준 기관과 단체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기념사업회는 미국 사이영상, 일본의 사와무라상에 버금가는 ‘최동원상’도 만들 계획이다. 또 현재 기장에 건립 예정인 야구 명예의 전당에 ‘최동원기념관’과 연습야구장 네 곳 중 한 곳을 ‘최동원구장’으로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1983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최 선수는 시속 150km가 넘는 광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당시 한국 야구를 이끈 전설 같은 투수. 통산 80차례 완투승을 기록했고, 1984년에는 시즌 27승에 탈삼진 223개를 기록했다. 같은 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혼자서 4승을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이는 100년이 넘는 미국 프로야구사에도 없는 기록이다. 하지만 1989년 삼성 라이온스로 팀을 옮겼다가 고향 팀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1990년 은퇴했다. 이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코치와 2군 감독을 역임하고 2011년 9월 14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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