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영화’라기에 클릭… 휴대전화 요금 날벼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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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결제로 13만명에 66억 가로챈 2명 영장

지난해 11월 16일 서울에 사는 김모 씨(40·여)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무료로 무제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광고를 클릭했다. 그러자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하라’는 안내문이 떴다. 김 씨는 얼떨결에 휴대전화와 주민등록 번호, 휴대전화 통신사 등 3개 항목을 입력했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에 볼 만한 최신 영화가 없어 인터넷 창을 닫았다.

그렇게 9개월이 흐른 23일 김 씨는 광주지방경찰관 사이버수사대 이모 경위(46)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영화, 컴퓨터 프로그램, 서적을 제공하는 사이트 3곳에 가입됐고 8개월간 회비로 36만3000원이 휴대전화 요금으로 결제된 사실을 알게 된 것. 이들 사이트 회비는 매달 1만6500원이었다. 김 씨는 “본인 인증만 했을 뿐인데 회원 가입이 됐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황당해했다.

인터넷 영화·프로그램·서적 제공 업체(CP)인 M사는 지난해 11월 2일부터 올해 7월 10일까지 251일간 사이트 24개를 운영하면서 하루 평균 누리꾼 531명을 본인 인증 절차를 사칭해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김 씨 같은 누리꾼 13만3388명이 무료 사이트인 줄 알았다가 낭패를 봤다. 피해자들은 6회 이상 결제가 52%나 됐고 2∼5회 37.4%, 1회 10.6% 순이었다.

M사 회원으로 가입한 누리꾼 46.6%(13만3388명 중 6만2221명)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 전까지 휴대전화 요금으로 매달 회비가 청구되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이 M사 사이트가 무료인 줄 알았다. M사 사이트 밑에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유료’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웠다.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정상적으로 보내진 결제 문자메시지(SMS·왼쪽)와 M사가 ‘초특가 대박 이벤트’라며 스팸 문자처럼 보이게 해 결제 사실을 위장한 문자.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정상적으로 보내진 결제 문자메시지(SMS·왼쪽)와 M사가 ‘초특가 대박 이벤트’라며 스팸 문자처럼 보이게 해 결제 사실을 위장한 문자.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특히 M사는 김 씨 등 누리꾼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결제대행사(PG)인 D사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 문자 결제 승인 절차를 무시하고 자동 결제했다. 또 매달 누리꾼에게 보내야 하는 요금 결제 문자를 ‘초특가 대박 이벤트’ 등의 제목을 붙여 스팸 문자로 위장해 발송했다. 깨알 같은 유료 알림 글자, 불법 자동결제, 스팸 위장 결제문자라는 세 가지 신종수법으로 황당한 사기극을 벌인 것. M사의 사기행각을 알아차린 누리꾼 7만1167명이 민원을 제기하자 결제대행사를 교체해 휴대전화 요금을 계속 청구하는 대범함마저 보였다.

경찰은 누리꾼들의 정보를 불법 수집해 휴대전화 요금을 40만2784차례나 부당 청구해 66억 원을 가로챈 M사 사장 김모 씨(35)와 D사 영업과장 이모 씨(37)에 대해 2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M사의 사장 김 씨는 회사원으로 근무하며 투 잡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M사가 8개월 동안 최소 20억 원 이상의 불법 수익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요금 결제 사기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은 물론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통화요금 목록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사기결제#무료영화#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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