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날개 단 전남 천일염, 힐링 관광자원으로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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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죽염 등 명품화 결실… 가격 쑥
소금박물관… 천일염 인공 동굴…
휴양-체험시설 관광객들에 인기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전남도와 신안군은 천일염 친환경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명품화 기틀을 다졌다. 동아일보DB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전남도와 신안군은 천일염 친환경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명품화 기틀을 다졌다. 동아일보DB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는 근대문화유산 362호인 수림대동염전이 있다. 국내 천일염 산업을 개척한 해광 손봉훈 선생이 1946년 조성한 국내 1호 염전이다. 지금은 선생의 후손들이 ‘손봉훈 신안갯벌천일염’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손봉훈 신안갯벌천일염은 올해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와인 천일염’을 선보였다. 이곳에서 생산한 천일염에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특수공법으로 코팅해 만들었다. 김영호 손봉훈 신안갯벌천일염 전무는 “와인소금은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냄새를 잡아 줘 음식의 풍미를 높여 준다”며 “와인 소금 외에 복분자, 흑마늘, 허브, 통후추 천일염도 함께 출시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남산 천일염이 2008년 식품으로 전환된 이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염전 환경이 개선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성 소금 생산이 크게 늘고 시장 규모도 5년 만에 4배 이상 커졌다. 천일염 명품화를 위해 벌인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 건강식품으로 변신한 천일염

신안군은 최근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자죽염 제조방법을 특허청에 등록하고 국제 특허도 출원했다. 자죽염은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과 2년생 이상의 대나무를 혼합해 1100도 이상 고온에서 2회 이상 반복 열처리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죽염은 아스피린과 함께 사용할 경우 아스피린으로부터 유발되는 출혈, 궤양, 점막손상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등 위 손상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자죽염 제조방법이 신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경제적 산업적 파급 효과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해안 갯벌은 각종 미네랄과 유기물이 풍부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염화나트륨 순도가 80∼86% 정도로 낮다. 반면 칼륨과 마그네슘 함량은 수입품에 비해 3배 정도 높아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다. 갯벌 천일염은 전 세계 소금 생산량의 0.2%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80% 정도가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생산되고 국내 생산량의 86%가 전남산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33만5345t의 갯벌 천일염이 생산됐는데 이 중 29만294t이 전남 염전에서 생산됐다. 단일 시군으로는 신안이 전남 생산량의 79%, 전국 생산량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 결실 보는 천일염 명품화

천일염은 ‘광물’에서 ‘식품’으로 분류가 바뀌면서 폭발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2008년 12월 신안군 일대가 천일염특구로 지정되고 2012년 11월 소금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천일염의 산업화 기반이 조성됐다. 2007년 kg당 200원이던 천일염 가격은 5년 만에 420원으로 2배 이상으로 올랐고 매출액도 400억 원이던 것이 1085억 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일본 원전사고가 터진 2011년에는 안전 수요까지 더해져 한때 kg당 10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저장품과 가공품 등을 포함하면 국내 천일염 시장 규모는 5년 전 500억 원에서 2000억 원 이상으로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런 결실은 천일염 명품화 사업이 밑바탕이 됐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전통 방식으로 복원한 갯벌 위 염전인 토판 천일염 생산 단지를 늘리고 염전 바닥재와 폐슬레이트를 친환경 재료로 교체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신안 현지에 생산공장과 유통회사를 설립한 것도 일조했다. 대상 청정원과 CJ 제일제당은 2009년과 2010년 신안 생산자들과 공동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산지종합처리장을 건립해 프리미엄 소금을 선보이고 있다. 천일염 수요 급증에 따라 민간 부문에서도 5년 전 5곳에 불과하던 천일염 가공 시설이 현재 31곳으로 늘었다.

○ 이젠 힐링 관광자원으로…

전문 경영인들이 천일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 및 경영에 나선 것도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신안군 신의도에서 토판염을 생산하는 ‘솔트리(SOLTREE)’ 설립자는 유명 게임 개발자인 김진호 씨다. 그는 100억 원을 투자해 토판염 염전 용지와 공장을 설립하고 국내 소금업계 최초로 한국표준협회 로하스 인증을 받았다.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의 손일선 사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고, 영광군 영백염전의 민동성 사장과 오주섭 이사는 은행 간부 출신이다. 만화 ‘식객’에 등장하는 신안군 성창염전의 박성창 사장은 30년간 교편을 잡았다.

천일염은 먹을거리로, 염전은 관광지로 훌륭한 자산이다. 근대문화유산 제360호인 태평염전에는 연간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손 사장은 프랑스 게랑드에 갔다가 염전이 단순한 생산 시설이 아니라 휴양·체험시설로도 활용된다는 데 착안해 2007년 7월 소금박물관을 연 데 이어 천일염으로 만든 인공 동굴인 ‘힐링센터’, 천일염 레스토랑을 선보였다. 장흥군 억불산 우드랜드 편백소금집도 인기다. 소금과 편백을 이용한 천연 헬스케어 휴양시설로 편백 숲 속에 소금마사지방과 소금좌훈기, 편백반신욕기 등을 갖췄다. 폐 기능과 혈당 강하 효과가 입증되면서 개장 1년 만에 4만7000여 명이 찾았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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