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테마 찾아 종로로… 2040, 클럽 찾아 홍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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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서울시 대중교통 이용객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나
<하> 주말엔 서울시민들 어디로 가나

서울 대중교통 이용객 빅데이터 분석
일요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종각역 4번 출구. 보신각부터 시작되는 종로 번화가와 가장 인접한 이 출구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부부, 고교생, 40대 남녀, 노인 등 전 연령층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서울 도심의 종로 상권이 예전보다 많이 쇠퇴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날 종각역 종로3가역 등 종로1·2·3·4가동 일대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여전히 서울의 대표 상권임을 보여줬다.

○ 강남 누른 ‘종로스타일’

동아일보는 한국스마트카드사와 함께 주말 서울시민의 버스 마을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현황을 빅테이터 분석 기법으로 조사해봤다. 기준이 된 날은 2012년 10월 27일 토요일과 다음 날인 28일 일요일. 조사 결과 주말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장 많이 하차한 지역은 전통 상권인 종로1·2·3·4가동 일대였다. 단일 행정동인 종로1·2·3·4가동에는 지하철 종각역 종로3가역 및 광화문 일대 버스정류장 등이 있다. 이 일대는 토요일(24시간 기준) 하루 15만3607명이 몰렸다. 토요일 2위인 강남 대표 상권 역삼1동(강남역 역삼역, 13만9671명)보다 1만3936명이 많았다. 3위는 서울역이 있어 주말 아침 열차를 타려는 이들이 몰리는 회현동(회현역 서울역·10만114명)이었다.

일요일에도 종로1·2·3·4가동 일대에 가장 많은 인파(13만716명)가 모였다. 2위는 역삼1동(9만2130명)으로 토요일보다 종로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토·일요일에 종로 일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이 지역 상권과 더불어 청계천 및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에 나들이 나오는 가족과 연인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종로가 여전히 강남 상권과 명동을 누르고 주말 유동인구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이유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상권 특유의 구조를 꼽는다. 종로에는 젊은층이 주로 모이는 보신각∼종로2가 사거리 유흥 상권, 전통문화가 있는 인사동 상권, 가족이 선호하는 청계천, 노인 집결지인 탑골공원 종묘 낙원상가 등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는 공간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문화 자연 전통 역사 유흥 등 모든 테마의 공간이 모여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종로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상권”이라며 “지하철 1, 3, 5호선과 버스 노선이 집중되는 지역이어서 접근성 역시 다른 상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아우’ 홍익대, ‘형님’ 신촌 제쳐

일요일인 2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홍익대 앞 상가는 형성 20여 년 만에 전통 상권인 신촌을 누르고 토요일 서울 서북권 최대 상권으로 떠올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요일인 2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홍익대 앞 상가는 형성 20여 년 만에 전통 상권인 신촌을 누르고 토요일 서울 서북권 최대 상권으로 떠올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하철역 한 정거장 거리인 신촌과 홍익대 앞은 서울 서북권 최대 상권 자리를 두고 20여 년간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조사 결과 가장 ‘핫’한 상권이 형성되는 토요일은 홍익대 앞이 신촌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일 서교동(홍대입구역)에서 하차한 시민은 9만4616명(전체 5위). 9만3985명이 하차한 신촌동(신촌역·전체 6위)보다 631명이 많았다. 홍익대 앞은 토요일 오후 8시∼밤 12시에 몰린 인원이 1만8721명으로 1만1193명이 찾은 신촌은 물론이고 시내 다른 지역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대표적 ‘밤의 상권’임을 증명했다.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1980년대에 싹을 틔워 199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홍익대 앞이 30년 만에 신촌을 추월한 것.

22일 토요일 저녁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줄을 서서 빠져나와야 할 정도로 북적였다.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서교로 일대는 10, 20대가 점령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요 리믹스 클럽과 인근 이면도로의 고급 레스토랑 밀집지역에서는 30, 40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포구 관계자는 “홍익대 상권 형성기에 10, 20대를 보낸 현재의 30, 40대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홍익대를 찾는 것이 신촌을 추월한 비결로 보인다”고 했다.

홍익대 상권에는 개성이 넘치고 독특한 일본식 선술집, 커피숍 등 30, 40대의 고급 취향을 만족시키는 작은 가게가 많아 프랜차이즈 가게가 장악한 여타 상권과 차별화된다.

○ 강남의 다크호스 반포4동

토·일요일 홍익대 앞, 신촌을 모두 제치고 하차 인원 전체 4위를 차지한 다크호스도 있었다. 지하철 3·7호선 고속터미널역이 있는 반포4동이다. 반포4동은 토요일(4위) 9만6013명, 일요일(4위) 7만8115명이 몰려 강남 상권 중 2위를 차지했다.

23일 일요일에 찾은 반포4동 일대는 의외로 한적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속버스터미널 이용자였다. 하지만 지하로 들어가면 반포4동이 4위인 이유를 알 수 있다. 고속터미널역과 연계돼 있는 3만1566m²(약 9500평), 총 길이 880m의 지하도 상가에 649개의 가게가 입점해 있다. 가게 대부분은 1만 원 안팎의 티셔츠 등 저렴한 상품을 취급해 부담 없이 쇼핑할 수 있다. 강남고속터미널지하쇼핑몰 나정용 이사는 “지하도에 형성된 쇼핑몰 중 서울 최대 규모로 주말 하루 최대 30만 명이 몰린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과 이어지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주말 하루 20만 명이 몰린다. 이 점포는 전국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어 매년 2위를 차지하는 등 반포4동을 다크호스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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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반포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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