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소음 뒷짐 진 건설사들에 ‘징벌적 배상금’ 물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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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분쟁조정委 배상금 산정기준 개정 추진

앞으로 도심지 공사장에서 건설사의 부주의나 대책 미비로 소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징벌적 배상’이 내려진다. 이에 따라 피해배상액이 지금보다 최대 세 배까지 늘어난다. 환경분쟁 해결 과정에서 징벌적 배상 개념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는 3월부터 건설업체의 소음 관리 정도에 따라 피해배상액을 차등 부과하도록 산정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현재는 소음피해가 발생하면 일률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배상액을 정한다. 공사장 소음의 경우 측정치는 65데시벨(dB·건설기계 기준·발파공사는 75dB)을 기준으로 5dB 간격으로, 피해 기간은 7일 이내에서 최장 3년 이내로 구분한다. 배상액은 1인당 최소 6만5000원에서 최고 174만2000원에 달한다. 진동 먼지 악취 등의 피해가 함께 발생하면 최고 30%의 가산금이 붙는다.

새로운 산정기준은 해당 공사의 규모와 민원 발생 정도, 건설사의 소음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설협회가 분쟁조정위의 의뢰를 받아 만든 소음평가 체크리스트(안)에 따르면 공사 규모, 주요 장비, 소음 저감 노력, 행정처분, 민원 관리, 민원 발생 특성, 저소음 공법 변경 등 7개 항목에 대해 평가가 이뤄진다. 공사기간이 길고 시끄러운 장비를 많이 사용하거나 민원인과의 협상 노력이 부족할수록 이른바 벌점을 받게 된다. 벌점이 높을수록 징벌적 의미의 가산금이 붙어 최대 세 배까지 부과된다.

반대로 이 과정에서 우수한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배상액을 경감해줄 수도 있다. 한국환경건설협회 김진호 회장은 “아직도 많은 건설사가 환경 관련 투자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환경분쟁 예방을 위해 적극 나서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에 배상액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위가 공사장 소음피해에 대해 징벌적 배상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것은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소음 관련 민원(진동 포함)은 2007년 3만8159건에서 2011년 5만6244건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공사장 소음은 같은 기간 2만4625건에서 3만6353건으로 늘었다. 전체 소음 민원 가운데 공사장 소음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공사장 소음을 둘러싼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구 동구에서는 A 씨(51)가 집 근처 원룸 신축 공사장에서 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근로자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잠을 자려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경남 진주의 한 대학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주민 B 씨(46)가 타워크레인에 매달려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B 씨 역시 공사장 소음과 보상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시위를 벌였다. 막상 공사장 소음피해가 인정돼 배상을 받아도 1인당 수령액은 평균 20만 원대 수준이다. 분쟁조정에 대한 만족도는 피해자는 47.1%로 가해업체 81.7%보다 훨씬 낮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공사장 소음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은 환경분쟁에 징벌적배상제를 전면 도입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소음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평가를 잘 받으려면 적지 않은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침체된 건설경기를 감안할 때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공사장#소음#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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