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청도반시 떨떠름한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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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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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15% 늘었지만 거래 가격은 40% 하락… 수확 포기하는 농가도

“올해 감은 딸수록 손해라니까. 아깝더라도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나아….”

감 농사를 짓는 경북 청도군 매전면 김모 씨(57)는 감나무 수십 그루의 수확을 최근 포기했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절반도 안 된다”며 “20년 감 농사에 올해처럼 값이 떨어지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도 반시(씨 없는 홍시)가 풍년이지만 농민들 표정은 어둡다. 가을 가뭄 탓에 크기가 작은 데다 다른 지역 주산지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예년에 비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청도군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청도반시 생산량은 4만7000t. 최대 풍년이던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었다. 감이 많이 떨어지는 6, 7월 태풍이 비켜간 데다 햇볕까지 충분했기 때문. 재배농가 3500여 곳 중에서 85% 이상 작황이 좋아 농가당 평균 20%가량 생산량이 증가했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기온도 적당해 감이 빨리 잘 익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쳐다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정성 들여 키운 감을 팔아봐야 남는 게 별로 없다. 올해 생감 거래 가격은 지난해보다 40%나 떨어진 1kg에 1100원. 감 말랭이나 감식초 같은 2차 식품 생산용 감 가격도 작년에 비해 45% 정도 하락한 한 상자(20kg)에 1만8000원 선이다. 한 농민은 “재배비용을 빼면 적자를 볼 것 같다”며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감 따기 인건비도 적잖은 부담이지만 인력 구하기도 어렵다. 감은 긁히거나 하면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작업이 까다롭다. 긴 막대로 하나씩 조심스럽게 수확해야 한다. 50년 이상 된 감나무는 위험스러워도 올라가서 따는 경우가 많다. 하루 인건비가 10만 원 정도지만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값이 떨어져 인건비 지출을 많이 하기도 어렵다. 박정규 청도반시명가 대표(55)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 가공 식품을 많이 개발해 일정한 수요를 보장해 주는 방식을 지자체나 정부가 도입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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