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월 44만원 내는 열살짜리 ‘직장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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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년 직장가입자 2만7796명… “부모 탈세수단 악용”

A 군(10)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건강보험료로 매달 17만7640원을 낸다. 임대소득이 한 달에 613만 원 정도 들어와서다. 초등학교 4학년인 B 군은 매달 44만6580만 원을 건보료로 낸다. 종로구에 있는 건물의 공동소유자로 등록돼 월 소득이 평균 1540만 원, 연간 1억8500여만 원이란 게 이유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미성년자(0∼18세)가 2만7796명이었다. 서울만 놓고 볼 때 사업장 등록지를 기준으로 인원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2579명)였다. 다음은 종로구(2219명) 중구(1885명) 영등포구(1650명) 서초구(1497명) 용산구(1149명) 순이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 중에는 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청소년이 일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서류상으로만 직장이 있는 것으로 만든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국 12세 이하 직장가입자 63명은 모두 개인사업장 대표자(공동대표자 포함)로 등록돼 있다. 임대사업자라는 뜻이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액은 약 247만 원으로 국내 26∼28세 성인 남성의 월평균 소득(213만5047원)보다 높다.

전국에서 보험료를 제일 많이 납부하는 청소년 C 군(광주 광산구)은 매달 128만2940원을 건보료로 냈다. 월 소득이 4400만 원으로 추정된다.

13∼18세 직장가입자 중 월 소득이 가장 높은 100명을 분석해 보니 ‘서울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100명 중 29명이 서울 서초구, 14명이 서울 강남구에 사업장을 뒀다. 쉽게 말해 서초와 강남에 임대건물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사업자로 등록하고 건물관리인이나 청소원을 따로 고용하는 식으로 ‘직장’을 만든다. 혼자서는 직장가입자가 될 수 없어서다.

이처럼 미성년자가 직장가입자로 등록된 데는 부모의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을 줄여 종합소득세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모가 고소득자로 분류돼 세금을 많이 내는 일을 피하려고 자녀를 공동 또는 별도의 사업자로 만드는 식이다. 편법 증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의 직장보험 가입은 불법이 아니다.

이 의원은 “실제 경제활동을 못하는 미성년자가 임대사업을 하도록 부모가 재산을 증여하는 행위는 ‘세테크’라는 명목의 우회적 탈세다. 세무당국이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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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건보료#직장가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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