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더 괴롭다”…임금체불 근로자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10시 52분


코멘트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임금을 제 때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추석 차례상 조차 못 차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발생한 전국 체불임금은 근로자 19만2445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791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06억원 대비 8.3% 증가했다. 근로자 1인당 411만원의 임금이 체불된 셈이다.

◇빈 주머니 근로자들…"추석이 더 괴롭다" 8월 말 현재 강원도내 체불 임금은 근로자 1996명의 77억5천800만원에 이른다.

지난 10일 오후 춘천시 석사동 한 건설회사 사무실 앞에서 근로자 4명이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5월과 6월 화천의 한 군부대 막사공사를 한 뒤 임금을 받지 못해 '추석 차례상조차 못 차릴 판'이라며 현수막을 들고 임금 지급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김모(61·강릉시)씨는 "지난 5월 임금 240여만원을 받지 못해 전기료와 수도료 등 밀린 세금 11만원조차 못 내고 있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돈을 받지 못해 추석 차례상을 차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목수로 일한 임금 250만원을 받지 못한 김모(52·춘천시)씨도 "추석이 코앞인데 동료 22명이 5600여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는 명절을 쇠려고 대출까지 신청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지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전남지역 체불임금액은 3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9억 원 보다 26.5% 증가했다.

4329개 사업장에서 1만600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올해 5만4161명의 임금 1976억원이 체불돼 지난해 4만298명(1876억원)보다 12.61% 늘었다.

이 가운데 2만6775명의 임금 1020억원은 지역 고용지청의 지도로 근로자에게 돌아갔지만 2만3997명(789억원)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근로자 1만2133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515억원으로 집계됐다.

체불 근로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5.8%가 줄어들었지만 금액으로는 오히려 24.1%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227억원은 청산됐지만 나머지 265억원은 여전히 미청산된 상태로 남아 있어, 상당수 근로자들이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한편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체불임금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2227억원(3만6954명), 건설업에서는 1144억원(2만6994명)이다.
지난해에 같은 기간에 비해 제조업은 13% 증가했고 건설업은 3% 감소했다.

◇노동부 "추석 전까지 청산"…노동단체 '시큰둥'
노동부는 추석을 앞둔 체불 근로자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이번주 초부터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집중 지도에 들어갔다.
이달 28일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정한 노동부는 전국 47개 지방관서별로 전담반을 구성, 체불 사업장을 대상으로 청산을 독려하고 있다. 또 가동 중인 사업장 소속 체불 근로자에게는 생활 안정금 명목으로 최대 700만원(연리 3%, 1년 거치 3년 분할상환)까지 생계비를 빌려준다.

일시적 경영난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기업에는 '체불청산 지원 사업주 융자 제도'에 따라 5000만원(연리 3~4.5%, 1년 거치 2년 분기별 상환)까지 지원한다.

노동부는 수시로 체불 상황을 감시해 추석 전까지 임금이 최대한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들과 노동단체는 노동부의 이 같은 조치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추석을 3주 앞두고 집중 지도로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라며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임금인 만큼 더 강력하게 행정지도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