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산길로 유학 나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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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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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산촌유학센터로 유학 온 도시학생들이 마을 인근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소호산촌유학센터 제공
소호산촌유학센터로 유학 온 도시학생들이 마을 인근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소호산촌유학센터 제공
14일 오후 3시경 울산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울산 시내에서 승용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오지마을이다. 대부분 농촌에는 어른들이나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마을에는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의 뜀박질과 함성으로 왁자지껄하다.

○ 산촌으로 유학 온 도시 어린이들

20가구 안팎에 불과한 이 마을에 초등학생이 무려 31명이다. 모두 마을 한가운데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오지 마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소호산촌유학센터다. 전국에서 이곳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호분교 학생 수는 지난해 14명에서 올 1학기에는 17명 늘어나 재학생은 총 31명.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유학을 오면서 소호분교 학생 수가 늘어난 것. 재학생 가운에 소호마을 토박이 자녀는 5명에 불과하다. 소호산촌유학센터가 없었다면 소호분교는 이미 폐교됐을 것이라는 게 주민과 학교 측의 설명이다.

소호산촌유학센터는 2009년부터 전국에 이 학교를 알렸다. 이후 소호분교로 전학 온 도시 학생은 2010년 6명, 2011년 11명, 올 1학기 17명 등으로 늘어났다. 올 2학기에도 9명이 전학 올 예정이다. 소호산촌유학센터는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을 위해 자연과학수업, 텃밭 가꾸기, 밴드 연습, 단편영화 제작,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숙식은 지역 주민 집이나 마을 영농조합법인 명의 기숙사를 활용하고 있다.

○ 다양한 농촌 체험

산촌유학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산촌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시골살이를 체험하는 것. 30여 년 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2006년 처음 소개됐다.

국내에는 현재 20여 개 산촌유학센터가 운영 중이다. 소호산촌유학센터는 올해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촌 유학 활성화를 위해 선정한 전국 7개 사단법인 가운데 한 곳. 이곳에서는 1년 이상 체류해야 하며, 유학비는 월 70만 원이다. 김미진 소호산촌유학센터 사무국장은 “소호마을은 주위에 고헌산 백운산 문복산 등 영남알프스에 둘러싸인 해발 500m 산골마을로 산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도시 아이들이 농·산촌생활을 하고 나면 대부분 도시 학교로 다시 돌아가기 싫어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교육청은 소호분교 수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학기부터 학급을 현재 2개 학년이 한 개 학급씩 운영되고 있는 것을 한 학급 늘려 5, 6학년을 분리하기로 했다. 교사도 현재 3명에서 4명으로 1명 늘릴 계획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경남#소호산촌#시골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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