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허성무 경남 정무부지사만 모르는 ‘가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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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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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기자
강정훈 기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최근 경남도의회에서 새누리당 심규환 의원은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落花)’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김두관이라는 뻐꾸기는 경남도라는 둥지에 허성무라는 알을 낳고 떠나 버렸지만, 그 알은 둥지에서 부화해 정치적 목적과 생존을 위해 그대로 버티고 있는 코미디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두관 전 지사가 임용한 허성무 정무부지사가 계속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상황을 탁란(托卵·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것)에 비유한 것.

이날 허 부지사가 겪은 수모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김 전 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해 지사직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간 지 한 달. 김 전 지사의 중도 사임으로 이른바 ‘공동지방정부’도 공중 분해됐다. 허 부지사는 옛 민노당 출신 강병기 전 정무부지사에 이어 지난해 11월 민주당 몫으로 도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공동정부 와해로 그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 셈이다.

더구나 김 전 지사는 재임 당시 “출자 출연기관장이나 정무직은 도지사와 진퇴를 함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김태호 전 지사 시절 임용한 출자 출연기관장들을 몰아냈다. 기관장 임기도 강제로 조정했다. 규정을 고쳐 3, 4년짜리를 2년으로 줄였다. 침대보다 키가 크면 잘라 죽이고, 침대보다 짧으면 늘여 죽인 프로크루스테스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허 부지사는 업무 능력과 정치력이 남다르고 처신도 원만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즘 그의 행보에 대한 도청 공무원 반응은 냉랭하다. ‘보궐선거 등 향후 자신의 정치 일정에 맞추려는 의도’라거나 ‘김 전 지사 오더(주문)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남아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반박하지만 견강부회(牽强附會)식 발언인 탓인지 호응은 별로 없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허 부지사는 친노 인사로서 자존심도 강한 편이다. 그런 그가 대의명분 없이 ‘마이 웨이’를 고집하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김 전 지사를 닮아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비(非) 정무적인 처신으로 도정에 혼선을 주기보다 낙화의 한 구절처럼 ‘지금은 가야 할 때’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의회#심규환#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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