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연극 배우 돼 학교폭력 아픔 공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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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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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주제로 한 ‘교육연극(TIE)’…
연극 속 학교폭력 간접 경험하며 현실적 해결 방법 고민

13일 서울 여의도중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교육연극이 진행됐다. 이날 연극을 관람한 이 학교 2학년들은 연극 속 배우가 되어 학교폭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해결책을 고민했다.
13일 서울 여의도중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교육연극이 진행됐다. 이날 연극을 관람한 이 학교 2학년들은 연극 속 배우가 되어 학교폭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해결책을 고민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현장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단발적인 처벌보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몸소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교육연극(TIE·Theatre In Education)’이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학생들이 직접 배우가 돼 학교폭력 연극에 참여함으로써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오감으로 느끼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부터 전문 교육극단과 함께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국 중학교 44곳에서 공연 중이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연극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13일 오후 1시 반 서울 여의도중학교 대강당에서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교육연극 ‘눈을 감은 사람? 눈을 뜬 사람!’ 공연이 열렸다. 이날 연극을 관람한 이 학교 2학년 250여 명은 연극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배경은 설인중 2학년 3반 교실. 주인공인 여학생 소민은 조별과제를 하다가 친구들과 크게 다투고, 그날 이후 친구들은 학교에서 소민을 무시하고 따돌린다. 소민은 엄마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려 하지만 교육에 극성인 엄마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한다. 그에게 남은 건 친구들의 따돌림과 학업 스트레스뿐…. 소민이 힘없이 홀로 교실을 걸어 나오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이 끝나고 진행배우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이 배우의 역할은 교육연극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교육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 진행배우는 “지금부터 소민이에 대한 따돌림이 시작된 장면으로 시간을 되돌릴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여러분이 이 연극의 결말을 바꿀 수 있어요. 자,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때 소민이는 어떻게 행동했어야 할까요? 소민의 친구들은요? 의견이 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손을 들고 이야기해 보세요.”(진행배우)

학생들은 “소민이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해야 한다” “친구 중 한 명이 소민이 입장에서 다른 친구들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진행배우는 몇몇 학생을 가리키며 “그렇다면 무대에 올라와 연극배우로서 직접 이 상황을 해결해보라”고 주문했다. 이는 학교폭력 상황을 연극 속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보게끔 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이 고민하고 연기한 해결책은 쉽사리 성공하지 못했다. 한 학생이 무대에 올라 “소민이와 어울려 지내자”고 제안했지만 연극 속 다른 친구들은 이를 삐딱하게 받아들였다. 학생 중 하나는 소민이와 함께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무대에 올라간 학생 모두가 힘을 모아 갈등이 일어난 이유를 소민에게 설명한 뒤 다른 친구들에게 소민이의 생각을 전하고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연극은 끝이 났다.


이날 연극을 기획·진행한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의 김지연 대표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이 마술처럼 뚝딱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무대에 올라온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연극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연극이 끝난 뒤 배우들은 학생들에게 ‘제1학기 학교폭력체감지수측정 고사’라고 적힌 시험지를 나눠줬다.

이 시험지에는 ‘연극 속 가해자는 누구인가, 방관자 혹은 동조자는 누구인가’처럼 연극 내용을 묻는 질문과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 등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묻는 질문이 담겼다. 학생들이 연극 속 상황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감을 느끼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날 연극에 직접 참여한 2학년 김승호 군(14)은 “(연극 속에서) 한 친구를 따돌리는 다른 친구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말을 아예 못하게 가로막아 답답했다”면서 “평소 학교폭력은 가해자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방관자나 동조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친구와 장난을 친다거나 친한 친구끼리 재미삼아 놀리는 행동도 혹시 학교폭력이 되지는 않을지를 고민하고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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