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남편 소식 내일은 올까… 43년째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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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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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가족 생사확인 청원… ‘제2의 신숙자’ 여섯 가족 더 있다

왼쪽부터 어로작업 중 납북된 최원모 씨, KAL기 납북자 이동기 최정웅 씨.
왼쪽부터 어로작업 중 납북된 최원모 씨, KAL기 납북자 이동기 최정웅 씨.
KAL기 납북자 황원 씨와 아들 황인철 씨(왼쪽). 황인철, 최성용 씨 제공
KAL기 납북자 황원 씨와 아들 황인철 씨(왼쪽). 황인철, 최성용 씨 제공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남편 오길남 박사 외에도 납북되거나 북한에 강제 구금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유엔에 청원서를 제출한 가족이 여섯 가족 더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신숙자 씨는 구출 서명운동 등으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면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망 확인 통보를 해 왔지만 이들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 유엔의 압박에도 꿈쩍 않는 북한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와 북한인권시민연합에 따르면 황인철 씨(45) 김영숙 씨(71·여) 이종성 씨(58)는 1969년 12월 대한항공(KAL)기 납치사건으로 납북된 가족의 생존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2010년 유엔인권이사회(UNHRC)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60)도 1967년 6월 5일 연평도에서 어로작업을 하다 납북된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3월 같은 곳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새터민 강철환 씨(44)와 신동혁 씨(30)가 각각 여동생과 아버지의 강제 구금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산하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냈다.

유엔 실무그룹은 청원서를 접수한 다음 자료의 사실 여부를 1년가량 검토한 뒤 북한에 해명을 요청한다. 북한은 6개월 내 답변을 보내야 하지만 올해 2월 해명시한이 지나도록 KAL기 납북자 가족들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세를 멈추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 바람에 복잡한 절차를 거쳐 마지막으로 유엔의 문을 두드린 가족들은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있다. 유엔 실무그룹은 북한이 답변을 거부할 시 6개월 단위로 해명 요청을 반복하고, 유엔에 연례보고서를 올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답이 올지는 미지수다.

○ “102세 아버지…살아계시겠죠?”


강원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KAL기에 탑승했다가 납북된 남편 최정웅 씨(당시 30세)를 43년째 기다리고 있는 김영숙 씨는 둘째 아이를 낳고 15일째 되던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당시 김 씨는 온몸에 부기도 채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종일 울다 눈이 붙어버려 10여 일간 앞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당시 납북된 50명 중 2개월 만에 39명이 돌아온 걸 보면서 남편도 꼭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며 기다리다 어느새 43년이 흘렀다”며 “남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한 번만 알아봐 달라는 게 어떻게 정치 공세냐”며 울분을 토했다.

황인철 씨도 자신이 두 살 때 납북된 아버지 황원 씨(당시 32세)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해 달라며 2010년 6월 국내 납북자 가족으로서는 최초로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냈다.

이종성 씨도 아버지 이동기 씨(당시 47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는 데 대해 분노했다. 이 씨는 “정부가 확인한 납북자가 517명이지만 복잡한 절차 탓에 유엔에 청원서를 제출한 사람이 7명밖에 안 되다 보니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고 북한도 큰 압박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버지 최원모 씨(당시 57세)가 납북된 최성용 대표는 비공식 소식통을 통해 아버지가 1970년 공개처형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공식적인 확인 없이는 믿을 수 없어 청원서를 제출했다.

새터민인 신동혁 씨와 강철환 씨는 국내외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2005년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한 신 씨는 “1995년 아버지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지만 탈북 이후 생존 여부를 알 길이 없다”며 “청원서를 낸 것은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공감하도록 해 북한 정권이 생사 확인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북한#납북자#통영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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