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질병’ 감염 상위 5%에 7대 대도시 한해도 안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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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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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사硏 전국 실태조사 분석

흔히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려면 시골로 가라는 말이 있다. 이 속설이 틀리지 않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1일 동아일보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환경변화에 따른 특정건강영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전국 245개 시군구 가운데 7대 대도시가 2005∼2009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등 이른바 ‘문명병’ 발생률이 상위 5%인 1∼12위 이내에 들었다. 대도시일수록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가령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병에 걸릴 확률)은 지역별로 7∼1092명꼴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서울 중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등 대도시는 5년 내내 상위 5%에 포함됐다. 반면 경북 영양군, 충북 단양군 등 군 단위 소도시는 5년 내내 하위 5%에 들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대도시일수록 대기오염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산화질소, 오존,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이 대기에 많으면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고 피부장벽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천식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역별로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은 60∼2205명꼴이었지만 광주 동구, 부산 중구 등 대도시가 5년 내내 상위 5%에 머물러 있었다. 같은 기간 유병률 하위 5%에 든 지역은 강원 양양군, 전남 신안군, 충북 괴산군 등 주로 군 단위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대도시에서 오존 농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오존이 폐 기능을 손상시키고 기관지의 민감도를 높여 천식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오존뿐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도 대도시의 문명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은 호흡기병이다. 서울 종로구, 부산 서구, 대구 중구가 5년간 상위 5%에 포함됐다. 배기가스의 분진을 흡입하면 기관지 내벽에 염증이 생기고 세포에도 손상을 일으킨다. 기관지가 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질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의 유병률도 대도시가 높았다. 서울 중구, 부산 중구, 광주 남구가 5년 동안 전국 상위 5% 안에 들었다. 인구 밀집 지역이라 기온이 상승해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사람 간 접촉도 빈번해 병이 옮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건강에는 환경 외에도 의료체계와 소득 등 여러 사회적 여건이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보건 분야 기후변화 취약성 통합지표’를 산출했다. 그 결과 서울 동대문구·영등포구·송파구, 부산 남구·동구·수영구, 울산 남구 등 7개 지역이 가장 취약성이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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