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사실과 의견… 원인과 결과… 턱 괴고 곰곰이 살펴보세요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 기사 읽고 나누고… 생각하는 힘 커져요

《겨울방학이 시작됐습니다. 누구나 나름의 계획이 있을 겁니다. 알찬 계획을 세워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겨울방학 동안 국어 영어 수학 공부 못지않게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思考力)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생각하는 힘이 커질수록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힘이 생기는 법이거든요. 논술수업 시간에 겪은 이야기로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알아볼까요. 같은 시간 안에 제시문을 읽지만 핵심 내용을 쏙쏙 잘 뽑아내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학생이 많습니다. 핵심 내용을 잘 간추리는 학생은 제시된 글을 대충 읽는 게 아니라 생각하며 읽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핵심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습니다. 바로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비판적 사고력은 주어진 글을 논리적으로 나눈 뒤에 문제 상황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는 힘입니다. 언뜻 보면 어려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신문을 자주 읽고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익히면 가능합니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면 교과학습은 물론이고 논술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논술은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만든 글이므로 잘 익혀둬야 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습니다. 연습을 되풀이해 몸에 푹 배게 하는 게 필요하지요. 오늘은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해요.》
1. 사실과 의견으로 사고력 키우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신문기사를 사실과 의견으로 구분하고, 둘 사이의 관계를 따져보세요. 신문기사는 거의 모두 사실과 의견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실은 실제 있었던 일이나 현재 있는 일을 말합니다. 의견은 어떤 대상에 대해 갖는 개인의 생각을 뜻합니다.

동아일보 12월 26일자 A14면의 기사(102세 할머니 대장암 수술 이겨냈다)를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한 뒤에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을 알아봅시다. 이런 문장이 있네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102세 암 환자가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 수명 연장으로 초고령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100세 암 수술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 번째 문장은 사실이고, 두 번째 문장은 의견입니다. 102세 할머니가 암 수술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02세 할머니가 수술 이후 회복된 일을 보편적 사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고 특히 100세를 넘긴 노인이 수술대에 오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100세 암 환자의 수술이 일반화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의미가 크다’는 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이렇게 기사를 읽고 사실과 의견으로 나눈 뒤에 둘 사이의 관계를 따지다 보면 비판적 사고력이 자연스레 커집니다. 100세 할머니의 암 수술이라는 사실에 따른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아직은 이런 수술이 일반화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펼치는 게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한 경우입니다.

기사를 그냥 읽게 되면 “참 대단한 할머니가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과 의견으로 나눈 뒤에 둘 사이의 관계를 따지다 보면 새로운 관점이 보입니다. 그 과정에 비판적 사고력이 커집니다. 주어진 글을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때는 다음의 잣대를 활용하면 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활동은 비판적 사고력 증진과 함께 글쓰기 능력을 키울 때도 필요입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에 기초해 자신의 의견을 내면 글쓰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예컨대 실업에 관련된 기사를 읽고 실업률의 증가라는 문제 상황에 기초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 됩니다. 이때 실업자의 고통이나 실업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등을 의견으로 내면 되겠지요.

사실과 의견을 나누고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해 글쓰기를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실에 대한 의견을, 다른 하나는 의견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겁니다. 102세 할머니의 암 수술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있고, 그런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도 있습니다. 사실에 따른 의견은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수술대에 오른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이런 의견에 대한 의견은 ‘102세 할머니의 암 수술이 성공했지만 아직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되겠죠.
동아일보 12월 26일자 A14면
동아일보 12월 26일자 A14면

2. 원인과 결과로 사고력 키우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으로 글을 읽고 원인과 결과로 나눈 뒤에 둘 사이의 관계를 따져보는 활동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 상황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눈이 내려 엉망이 된 교통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원인은 많은 눈이 내린 겁니다. 결과는 엉망이 된 교통 상황입니다. 원인은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한 까닭이며 결과는 원인으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예시 상황은 학생의 부주의가 원인이 되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말입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반론의 여지가 많습니다. 학생의 부주의가 문제지만 원인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운전자의 부주의나 학교 앞의 도로 사정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의 부주의만을 원인으로 꼽으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글을 읽고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글 속에서 단순히 원인과 결과만 찾아 둘 사이의 관계를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 상황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비판적 사고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습니다. 따지기만 하고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어정쩡한 참견에 불과합니다. 학생의 부주의가 문제지만 운전자의 과속이나 학교 앞의 도로 사정도 문제라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운전자에게도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학교 앞의 도로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조치도 취해야 합니다.

글을 읽고 원인과 결과를 뽑아 둘 사이의 관계를 따져 문제 상황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판적 사고력이 커집니다. 신문에는 사실과 의견, 원인과 결과로 나눈 뒤에 둘 사이의 관계를 따져 문제 상황을 찾을 수 있는 글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신문을 꼼꼼히 읽고 문제 상황을 찾으세요.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여러분의 사고력을 키우기를 기대합니다.

권영부 서울 동북고 교사 NIE한국위원회 부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